[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 간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이 5일 실시된다. 홍콩과 해외 투자자도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전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중국 본토인의 홍콩 증시 투자도 확대된다.
선강퉁 시행으로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증권가 분위기는 2년전 후강퉁(?港通, 상해와 홍콩 주식시장 교차거래) 개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선강퉁 계좌 개통건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시행 초기 선전 증시로의 자금 유입보다 홍콩으로 향하는 투자자금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강퉁 때에는 중국 증시로 투자가 몰리면서 주가지수가 급격히 상승했었다.
선전이 위치한 중국 광둥성에 기반한 매체 양청완바오(羊城晩報)에 따르면 규모 기준 중국 내 3위 증권사인 광파(廣發)증권에서 개설된 선강퉁 계좌는 1만개 정도다. 계좌를 연 사람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로 기관 계좌는 전체의 1% 정도인 100여개에 불과하다. 선전 기반의 핑안(平安)증권의 선강퉁 계좌도 1만개로 광파증권과 비슷했다.
중국증권업협회에 등록된 증권사는 총 106곳으로 모든 증권사에서 선강퉁 계좌가 1만개 개설됐다고 가정해도 106만개 계좌에 불과하다. 중국 A주 투자자가 1억5000만명 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양청완바오는 "선강퉁 투자를 위해서는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금융 자산이 필요해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며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선강퉁 시행 이전에 이미 다른 방법으로 홍콩에 접근하고 있는 것도 (선강퉁 계좌 개설이) 생각보다 적은 이유"라고 진단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 사진/신화사
선강퉁 시행 초기 선전 증시보다는 홍콩 증시 투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인데다 위안화 약세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경제평론가인 쉐이피(水皮)는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된 기업 주가를 살펴보면 홍콩 증시가 저평가 상태"라며 "가치투자자라면 당연히 홍콩 증시에 투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 투자자가) 홍콩 증시에 투자할 때 위안화를 홍콩달러로 환전하게 되는데 이후 투자금을 회수할 때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매매 차익 이외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1일 기준 달러당 6.8958위안으로 8년 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광파증권의 천제(陳傑) 수석연구원은 "내년 홍콩 증시로 유입될 자금이 4000억~5000억위안(68조2300~85조29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전망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의 팡싱하이(方星海) 부주석은 "선강퉁 시행 목적은 외자 유치가 아니라 중국 증권시장의 발전과 국제화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선강퉁 시행으로 더욱 많은 외국계 기관들이 중국 증시로 유입되면서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정보 공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