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안주고 대출 옥죄기만…상호금융 가계빚 대책 '적신호'

분할상환 인센티브 '실종'…여신 가이드라인 안착 어려워

입력 : 2016-12-05 오후 5:48:2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권까지 급증하는 가계빚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당근이 없이 채찍만 가하는 대책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풍선효과 방지 차원에서 상호금융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원활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당근책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막상 실무협의에 들어가니 인센티브는 실종되고 대출만 옥죄는 방안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영세 자영업자나 서민층이 주로 찾는 상호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 규모를 옥죄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업계는 자금 사정과 대상 고객이 천차만별인 각 조합에 아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면, '능력대로 나눠 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인센티브로 제시된 우대 금리 제공 방안이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1·2차 협의회 내용에 기반해 고객이 주담대 대출 가입시 거치식이 아닌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택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등 인센티브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대출 우대금리 없이는 영세한 상호금융 고객이 부담이 가는 분할상환 대출을 선택할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지난 7개월 내내 답보 상태를 거듭하다 애매하게 결론이 났다. 금융위가 선정하는 '우수조합'이 되면 대손충당금 부담을 10% 가량 줄일 수 있는데, 이렇게 얻은 여력으로 알아서 고객들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건전성 강화 방안을 인센티브로 둔갑시킨 셈이다. 지난 3월 금융위는 상호금융권 건전성 강화를 위해 고위험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적립률을 기존 10%에서 20%로 상향조정했다. 단, 순자산 비율과 조합원 대출 비중이 높은 '우수조합'은 현행(10%)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11일 '2금융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주재하고 '내년부터 상호금융권에 맞춤형
여신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예대율 완화 방안도 '보여주기식' 인센티브라 상호금융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위가 애초에 별개로 논의됐던 예대율 완화와 분할상환 이슈를 하나로 묶어놔, 마치 그것이 인센티브인 것처럼 포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상호금융권은 그동안 금융당국에 예대율을 은행 수준인 100%로 인상해 줄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예대율은 금융사의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로, 이 비율이 현행 80%에서 100%로 올라가면 조합은 그만큼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이에 지난 10월 금융위는 예대율을 오는 2019년까지 높여주기로 했다. 단, 여기에 조건을 걸었다.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비중을 목표치인 15%까지 확대하는 조합에 먼저 이 비율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별개로 진행되던 예대율 완화 건이 가계부채 문제와 엮이다 보니 빛이 바랬다"며 "은행에 비해 불리한 예대율을 형평성에 맞게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인데, 그것이 갑자기 인센티브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센티브는커녕 부담만 늘어난 상황이라, 상호금융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안착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다른 업권에는 없는 특별 인센티브를 적용해서라도 주담대 분할상환 비중을 높이겠다던 금융위의 당초 계획과는 동떨어진 조치만 잇따른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할상환 비중 확대에 따른 가계부채 감축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나, 인센티브 없이 업권의 특성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상호금융권에는) 1금융권보다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특별히 (상호금융 조합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기 보다 분할상환 실적이 우수한 조합에 한해 예대율을 완화해 주겠다는 기본안이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12일쯤 올해 마지막으로 '제4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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