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제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에도 비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민들의 자금줄이 막힐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내년 상반기부터 상호금융권에도 능력대로 나눠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들은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탓에 서민들이 생계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고금리 대부업체로 떠밀려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방안으로 실수요층 자금 수요가 위축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은행과 달리 상호금융 특유의 성격이 있는 데 일괄적으로 비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돼 조합원들이 필요할 때 자금을 공급받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25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10월31일부터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서 비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 단위조합에서 토지·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은 종전의 최대 80%에서 현재 70%로 줄었다.
가령, 10억원으로 평가받은 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은 8억원(80%)에서 7억원(70%)으로 줄었고 최저액은 5억원(50%)에서 4억원(40%)으로 감소하게 됐다.
그간 대출자의 신용등급, 담보물 특성 등에 따라 LTV를 최대 10%포인트 가산이 가능했던 것도 가산폭이 5%포인트로 하향 조정됐다. LTV 한도가 종전 대비 최대 15% 포인트까지 낮아진 셈이다. 똑같은 담보를 가지고 이전보다 15% 적게 돈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의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이처럼 대출을 옥죄는 이유는 상호금융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을 합한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은 255조9344억원으로 지난해 말 233조7620억원보다 9.5% 가량 늘었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는 과정에서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부터 2금융권에도 능력대로 나눠서 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늘어나는 대출 수요가 대부업체 등으로 몰리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은행권처럼 소득 파악을 의무화하고 일부 대출금을 분할상환하는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도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을 내년까지 15%로 확대하기 위해 상호금융권 예대율을 80%에서 10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주는 유인책을 내놨다. 6월 기준으로 상호금융권 분할상환 비중은 6%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 소득자가 아닌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한다"며 "가처분 소득이 불균등한 이들 자영업자가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분할상환 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 경기도 안 좋은데 소득심사와 분할상환을 강행한다면, 대부업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규제 방안을)하다 보면 어느 정도 부작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대출수요가 은행에서 상호금융으로, 또 저축은행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서민금융 대책을 보완하고 상황에 맞게 수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