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에서 증강현실(AR)을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레노버는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팹2 프로' 출시를 공식화했다. 팹2 프로는 구글의 AR 기술인 탱고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가격은 59만9000원으로, 6일부터 지마켓을 통해 단독 판매된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이사가 5일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AR 스마트폰 '팹2 프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레노버
탱고는 구글이 개발한 센서 및 소프트웨어의 집합으로, 모션트래킹·심도 인식·공간 학습 등의 기술을 담았다. 팹2 프로는 이를 통해 3D 환경에서 자신의 위치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주변의 표면과 장애물을 분석, 시각화한다. 3D 이미지 렌더링이 가능한 3개의 카메라와 주변의 물건·공간을 초당 25만회 이상 측정하는 센서를 통해 비춰진 환경을 3D로 변환시키는 것.
이용자는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증강현실 체험이 가능해진다. 가령, 매장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가구의 크기를 감지하고 집의 공간과 비교해 가상으로 배치해 보거나, 가상의 애완동물을 키울 수도 있다. 쇼핑몰 등 복잡한 대형 실내에서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이사는 "AR은 평소 체험하기 쉽지 않았던 기술"이라며 "팹2 프로의 출시는 AR 대중화를 앞당기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팹2 프로는 AR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만큼 하드웨어 구성에도 이를 반영했다. 우선 초고화질 QHD 해상도를 지원하는 6.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AR에서 이용도가 가장 높은 게임 외에 간단한 업무까지도 처리하는 수요를 만족하기 위함이다. 생생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돌비 오디오 캡쳐 5.1을 처음으로 적용했고, 전면 800만·후면 1600만화소의 고성능 카메라도 내장했다. 배터리는 4050mAh로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레노버 팹2 프로의 AR 기능을 구현하고 있는 모습. 스마트폰을 비추자 가상의 심장이 화면에 나타났다. 거리에 따라 확대나 축소가 가능하고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레노버는 팹2 프로를 시작으로 AR 생태계 확장에 보다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0년까지 120조원 규모로 확대될 AR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다. 강 대표는 "팹2 프로는 플랫폼에 더 가깝다"며 "AR 관련 콘텐츠, 개발자 등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인큐베이팅 그룹이 관련 앱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도 그 일환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탱고를 지원하는 AR 관련 앱이 30개 정도 등록돼 있으며, 레노버는 앱 생태계처럼 개인이 직접 개발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일찍부터 AR·VR 기술 개발에 착수한
SK텔레콤(017670)과는 산업 현장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원격의료·첨단 제조공정 등 B2B 영역에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4G, 5G 등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바이스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을 이용했다.
차인혁 SK텔레콤 플랫폼기술원 원장은 "수년 전부터 모바일 폼팩터에서 AR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지만 적합한 디바이스가 없었다"며 "팹2 프로를 시작으로 AR이 가능한 디바이스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