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지역별 주택시장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전국 최대 물량이 쏟아진 경기도는 시·군별 청약 이후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그동안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썼던 지역들에서 미분양이 대거 해소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넘치는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도내 미분양 물량은 총 1만4594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2만5937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43.7%, 1만11343가구가 줄었다.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실수요자의 매매전환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다. 또, 당첨만 되면 웃돈이 붙을 정도로 과열이 나타난 지역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청약러쉬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신규 미분양 적체가 크게 줄었다.
특히, 파주시는 지난해 말 4285건에 달했던 미분양이 135가구로 96.8%나 급감했다. 올 들어 경기도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4150가구가 줄었다. 경기도 전체 감소분의 3분의 1이 넘는 수준이다. 파주는 그동안 적체된 미분양 물량이 많았지만 신규 분양이 줄어들며, 기존 미분양에 대한 실수요의 매입이 주를 이뤘다.
뒤를 이어 화성시가 3617가구에서 426가구로 88.1%, 3191가구, 용인시는 7237가구에서 4260가구로 41.1%, 2977가구가 감소했다. 다만, 용인시는 3000가구에 가까운 미분양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시군별 최대 미분양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년 째 이어온 '미분양 무덤'의 오명을 털어내지는 못했다.
김포시 역시 95.1%에 달하는 미분양이 해소됐다. 김포 미분양 물량은 작년 말 2708가구에 이르면서 대표적인 미분양 지역으로 불렸지만 2576가구나 줄어들며 최근에는 132가구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10월에 51가구 팔려나가며 단 한 가구도 남지 않았다.
파주 운정신도시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많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많은 미분양이 있었지만 신도시가 자리를 잡은데다, GTX와 3호선 연장 등 교통호재들이 전해지면서 실수요자 유입이 많았다"며 "바로 입주가 가능한 단지들이 대부분 팔려 나갔다"고 설명했다.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이 몰려있는 경기도의 시·군별 미분양 기상도가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파트 단지로 이사 차량이 들어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안성과 평택은 올 들어 1000가구 넘는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는 등 지역 주택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성은 작년 말 429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 물량이 최근 1919가구로 무려 347.3%, 1490가구나 급증했다. 지난 6월 공도읍에서 분양에 나섰던 976가구 규모의 단지가 현재 810가구나 미분양으로 남아있는데다, 바로 이어 7월에 아양동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도 545가구 가운데 51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성은 당왕동에도 41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는 등 지역 내 전반적으로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택도 경기권 대표적 미분양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평택 미분양 물량은 작년 말 2360가구에서 올해 1034가구가 늘며 3394가구까지 늘었다. 지난 8월에는 용인을 넘어 최대 미분양 지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미분양이 대거 몰린 이들 지역은 향후 주택시장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돼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성용 씨알피플앤시티 대표는 "주택가격이 약세를 이어가도 미분양 물량이 적으면 실수요자의 거래로 일정 부분 가격을 뒷받침해 줄 수 있겠지만 미분양이 많은 지역은 이들 물량으로 인해 가격 상승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그동안 용인이 그랬던 것처럼 장기간 침체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