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확한 통계정보의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할 경우 변화가 심한 주택시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에 사는 직장인 윤모(남·42)씨는 10월 분양이 완료된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분양을 권유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단지는 이미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분양업체는 남은 물량을 계약할 경우 약간의 할인혜택을 주겠고 했다.
윤 씨는 "1순위 청약 때 탈락해 포기하고 다른 곳에 청약접수를 한 상태다. 이미 모든 계약이 완료됐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이런 문자를 받으니 황당했다"며 "분양률은 공표가 되지만 계약률은 따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건설사들의 일방적인 발표를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분양률은 청약 접수가 완료된 후 금융감독원 아파트투유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계약률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기별, 시도별로 발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 공개 범위가 좁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의 계약률에 대한 정보를 제때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택 구입 실수요자들은 건설사나 분양업체의 정보에 의존해 해당 단지의 분양 상황을 파악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분양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꼽히는 '묻지마 청약'과도 관계가 깊다. 수백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 계약 단계에서 미달이 발생하는 사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원욱 의원(더민주)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 분양이 이뤄졌던 전국 38개 시군구 중 16곳의 평균 초기 분양률이 70%를 밑돌았다. 청약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계약률이 낮으면 실제 분양 성적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청약경쟁률에 거품이 심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분기별, 시도별 초기계약률 통계를 월별, 시군구별로 확대하고, 건설사 자율에 맡기고 있는 미분양 신고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공급 억제대책을 통해 청약시장 과열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통계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정보 공개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초기 분양률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분기별, 시도별로 공개하고 있는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공개 범위 확대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편 국토부는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분양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분양계약을 실거래 신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고 대상은 주택법에 따른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30가구 이상 단독주택, 30실 이상의 오피스텔과 상가 등이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각종 규제 강화에 계약률까지 공개될 경우 미분양 증가세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약률이 낮을 경우 기존 계약자들도 이탈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미분양이 증가할 것"이라며 "지방과 서울 그리고 서울 내에서의 분양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택 구입 실수요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