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탄핵정국의 불똥은 미래창조과학부로도 튀었다. 박근혜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창조경제' 주무부처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존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일손도 잡히지 않는 초조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미래부를 출범시켰다. 당연히 정책의 초점도 창조경제에 맞춰졌다. 1차관 산하에 창조경제조정관을 두고 창조경제기획국을 운영하고 있다. 창조경제기획국은 창조경제 관련 범부처 기본전략을 수립·조정하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총괄한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과도 긴밀히 협업한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창조경제에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미래부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됐다. 일례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창조경제박람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음에도 관람객 급감 등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3억원의 예산을 책정, 지난해 26억원보다 7억원 늘렸지만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적었고, 참여한 718곳의 벤처·스타트업 사이에서도 한숨들이 흘러나왔다. 미래부는 올해 창조경제박람회에 대해 "차분한 가운데 내실 있게 치렀다"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그간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점에 미뤄보면 이례적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전국에 산재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불안감도 짙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미래부, 지자체, 대기업이 설립을 주도, 창조경제의 혈관 역할을 자처했다. 굴지의 대기업들은 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보육하는 담당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센터 개소식에는 어김없이 박 대통령이 참석했다. 하지만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CJ가 주도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자 자리를 요구한 사실이 청문회에서 밝혀지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참여한 대기업들도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은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에 최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홍남기 미래부 제1차관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입주 스타트업들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했다. 홍 차관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정부 주도로 창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한국은 이러한 흐름을 창조경제라 표현할 뿐, 정책 방향은 맞게 가고 있다"고 창조경제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미래부 내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면서 미래부 해체를 우려하는 직원들이 줄서기에 나선 것이다. 과학기술과 ICT가 쪼개진다는 가정 속에 각자 살 길을 찾아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ICT의 경우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정책을 주도해 온 통신정책국, 전파정책국 등이 희망 국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모두 자신들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지만 현재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