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이미 시작됐다…운동화 끈 조여 매는 대선주자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선두권…여권선 대선 최대한 늦추기

입력 : 2016-12-11 오후 4:43:47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조기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이 남아있지만 전체 국회의원의 78%(300명 중 234명)라는 압도적 찬성과 국민들의 탄핵열망 등을 감안할 때 ‘인용’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다.
 
헌재가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31일까지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대선은 그 60일 이내인 내년 3월에 가능하다. 180일의 심판 기간을 모두 사용한다면 내년 7월 말에서 8월 초 대선이 예상된다. 조기 대선은 확실시 되지만 자세한 스케줄 표는 헌재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 스케줄 표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여야 각 후보와 정치 세력의 희비가 엇갈린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야권성향 후보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2월 차기 지도자 선호도 월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를 기록하면서 공동 1위에 올랐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18%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8%), 안희정 충남도지사(5%), 박원순 서울시장·손학규 전 고문·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각각 3%를 차지했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이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이 시장이 강하게 추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야 대권주자 가운데 대선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한 후보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첫 손에 꼽힌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후보이며, 당내·외에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다만 박근혜 탄핵정국 속에서도 지지율이 20~3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받는다. 소위 ‘외연 확장성 부족’이다. 당장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승리가 유력하지만 스케줄이 지연되고 변수가 발생할 경우 승리 장담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 전 대표에 부정적인 세력에서는 ‘무난하게 야권후보로 선출돼 무난하게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혹평한다.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은 현 국면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그간 새누리당 친박계 ‘옹립설’이 나돌면서 잠재적 여권후보로 분류됐지만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친박과의 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이게 오히려 반 총장의 선택지를 넓혀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탄핵정국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2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반 총장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내년 1월 귀국 후 신당 창당 등 독자세력화에 나선 다음 개헌을 고리로 기존 정치 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 중에는 ‘반 총장(충청)-국민의당(호남)-새누리당 비박계(영남)’가 뭉쳐 소위 ‘비문’ 연대를 만든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한 관계자는 “반 총장에게는 새판짜기와 붐업을 위한 시간은 필요하지만, 검증이 길어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반 총장 입장에서 4월이나 5월 대선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은 탄핵정국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다크호스’다. 올해 8월만 해도 이 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3%대에 머물렀고, 야권내에서는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로 분류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 구속수사 등 선명성 있는 ‘사이다’ 발언을 통해 지금은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마땅한 당내 지지 기반이 없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돼 검증에 들어갈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이 시장의 약점들이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권인 새누리당 입장에서 지금의 최순실 정국이 어느 정도 잦아든 상황이면 모를까 조기 대선은 필패다. 대선 시기가 연기될수록 유리하다. 여기에 현재 당 소속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5%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비박계 후보들이 반등의 기회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당내 탄핵 의견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향후 주도권을 쥐고 당내 혼란 수습에 성공한다면 ‘합리적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일정 목소리를 낼 것 예상된다.
 
탄핵안 가결로 위기에 몰린 친박계는 일단 몸을 사리면서도 권토중래를 노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된다는 후문이다. 탈당파 남경필 경기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신당창당에 나섰다.
 
한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12월6일부터 12월8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왼쪽부터)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1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야권 비상시국정치회의에 참석해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