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덥수룩한 수염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멘 대권주자들의 모습이 대선일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레이스가 가열되는 가운데 두 당의 대표를 역임했던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은 내년 12월을 향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3일 ‘호남의 심장’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이 지역 대학생들과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을 주제로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전날에는 한센인이 강제 이주됐던 전남 고흥 소록도를 찾아 환자들에게 배식 봉사를 하고 순천 오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며 민생행보를 했다.
김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여권의 대선주자로서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의 민심에도 호소해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대학생과의 간담회도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청년층과 호흡하는 것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와 함께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대외 활동을 자제했던 김 전 대표는 지난달 지지자 1500명을 모아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행사를 열였다. 이어 그는 지난 1일 세월호 참사의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으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 면담이나 세월호법 연장 등을 등한시했던 그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세월호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민주의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2일 “정치 이벤트, 대권행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세월호법에 대한)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 전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독도를 방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독도를 둘러보고 경비대원들을 격려한 것은 외교·안보를 챙기는 이미지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독도 방문은) 8월15일 광복절 일정과 맞물려 있다”며 “국가의 영토 주권에 관한 안보 행보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29일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만나기도 했다.
더민주 전당대회 일정이 끝날 때까지 독도 방문과 같은 정치적 의미의 일정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공개 방식의 소소한 민생일정은 계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해외에 나갈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구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