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이른 이유 중 하나로 현행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개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정치일정 상 20대 국회 회기 내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반론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요구 주장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를 위한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여·야 3당이 개헌특위 설치에 합의한 만큼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 결실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국회 내 개헌특별위원회를 신설하는데 합의했다. 위원장은 순서에 따라 새누리당이 맡게 되며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본격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특정 권력자에 의해 나라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버리고 제도의 힘, 대다수의 힘으로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는 말로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 필요성을 밝혔다.
세미나 직후에는 새누리당 내 개헌추진 모임인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 소속 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이달 내로 자체적인 개헌 단일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의원은 '대통령제 실패와 개헌 필요성' 주제 발표에서 “권력구조는 내각제, 정당은 다당제로 해서 정책을 타협·조율해 각자의 몫에 맞는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놨다.
야당 발 개헌논의 주장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987년 헌법이 정한 정치체제는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주권의 대의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바람직한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는 이번에는 확실히 분권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편 필요성도 나타냈다.
이 같은 정치권의 개헌논의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향후 정치일정을 봤을 때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이) 20대 국회 중에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제하면서도 “개헌 날짜를 정해놓고 100미터 달리기 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개헌 문제가 국가의 백년지계를 논의하는 것이기에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인 공감, 각 정파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장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선 전 개헌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취임 초기부터 개헌 카드를 꺼내고 특위 구성 필요성을 밝히는 한편 사무총장에도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의원을 임명한 바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피력한 것이다. 수차례 개헌 필요성을 밝혀왔던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요구는 강하다고 보지만 물리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의원은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을 핑계로 논의하지 말자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금부터 속도있게 진행해야 하며 시기가 맞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선거 주자들이 약속하는 것 까지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이 개헌 가능성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여·야를 넘나들며 개헌을 연결고리로 하는 만남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서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개헌논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