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대규모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를 꾸린데 이어 최신 도·감청 방지시설을 설치해 보안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절차적 공정성 확보와 신속한 재판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국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하고 박한철 소장 등 헌법재판관 8명은 13일 오전 재판관 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신문을 비롯해 증인신문, 기록·증거제출 요구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협의했다. 도·감청 방지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 기존 장비는 점검토록 하는 등 '철통보안' 대책도 논의했다. 헌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최신 도·감청 방지 시설을 헌법재판소장과 주심 재판관실에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며 “내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전 재판관실에도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진행할 때도 도·감청 방지 시설 등 보안 대책을 강구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치적인 파급력이 큰 사건에서는 보안점검을 별도로 해왔다”며 “사건 자체가 엄중하고 공정한 절차는 생명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헌재에는 경찰 1개 중대 70여명이 배치돼 외곽 경비를 맡고 있고, 청사 내부 출입통제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는 내년 1월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연구사무국 국제 심포지엄도 탄핵심판 이후로 연기했다. 박 소장은 국제관계를 고려해 각국 대표들에게 친서로 양해를 구했고, 베니스위원회와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가 헌법재판소장과는 직접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증거조사 절차 등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첫 변론기일 전에 노 전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1회 변론기일에 나오지 않았고, 첫 변론기일은 10여분 만에 끝났다.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당사자 출석은 의무가 아닌 권리로 2회 변론기일에는 당사자 없이 대리인이 심판을 수행할 수 있다. 박 대통령 또한 비슷한 절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탄핵심판은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와 다소 다른 절차가 있다. 변론기일 전 진행되는 준비절차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없었던 절차다. 헌재는 준비절차 이후 변론기일이 정해지면 박 대통령에게 당사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부분은 2004년 당시에는 소환에 불응한 증인을 강제할 수 없었지만 현행 헌법에서는 출석에 불응한 증인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60·개명 최서원·구속기소)씨를 증인으로 부를 수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전날에는 국회와 법무부에 이해관계인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기한은 오는 19일까지다.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답변서 제출 기한은 16일이다. 또 탄핵심판 준비절차를 전담할 2~3명의 수명재판관은 내일 재판관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전날 20여명 규모로 이뤄진 탄핵심판TF를 처음으로 주재해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재판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