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전경련이 공범, 해체하라"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

입력 : 2016-12-14 오전 9:25:5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가 맞다. 공생관계인 재벌과 전경련을 해체시키지 않는다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중소상인들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섰다.”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 전날인 8일 오후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는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 앞에서 기습 시위를 단행하고, ‘국정농단, 민생파탄 공범 박근혜 정권 퇴진, 재벌·전경련 해체’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소 마트 사장과 문구점 사장, 가맹점주 등 중소상인들이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당선됐지만, 재벌들과 손잡고 그들 중심의 경제정책만 실행했다고 비판했다.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국정농단세력들과 결탁해 특혜와 부정을 일삼은 재벌 로비창구 전경련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 상인들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유를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13일 시위를 주도한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 겸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만나  그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 사진/뉴스토마토
 
전국유통상인연합회를 소개해달라.
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2010년에 전국적으로 대형유통 재벌들이 마트나 아울렛 진출을 많이 하면서 전국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힘들어진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이런 대형유통 재벌들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자고 상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다. 저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장사를 시작했다. 지난 2006년 중소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문제로 시작해 2007년 대형마트 확장 출점, 2010년 대기업 식자재 납품, 2013년 편의점·남양유업 갑질 논란에 이르기까지 중소상인·자영업자 운동을 이끌어 왔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을 막는다’, ‘소비자 권리가 침해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쉽지 않지만 이길 수 있으리라 믿고 버텨왔다. ‘을의 눈물’이 모이고 모이면서 ‘권리의 바다’가 만들어 지기 바라면서 싸워왔다.
 
전경련 해체를 위해 기습시위를 벌였는데. 
지난 8일 전경련을 기습 방문해 시위를 했다. 외친 구호는 “전경련 해체, 재벌 해체”였다. 대략 40여명이 참여했고, 중소상인시국회의, 반올림 등 박근혜와 전경련 퇴진을 위한 국민행동 소속 사회단체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전경련 회장과 부회장을 만나려 했으나, 만나진 못했다. 
 
전경련 해체 이유는.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재벌기업들이 모여 만든 민간경제단체다. 국내외 각종 경제 문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 경제단체와 교류·협력 등의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앞장서 돈을 걷고 집행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시민단체와 각계각층에서 전경련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특히 전경련에 소속된 재벌기업, 특히 삼성, 롯데, 신세계, 현대 등은 무분별한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SSM 확장정책을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등을 파괴해왔는데, 이런 점들도 알리고 싶었다. 기업 총수들의 청문회를 앞두고 사회적 관심을 높여 청문회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 점도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기업 총수들이 청문회에 나왔는데.
청문회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의혹을 제대로 못 밝혀 아쉬웠다. 청문회에 대한 포커스가 집중됐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 청문회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슈가 핵심이지만, 큰 의미에서 민생경제를 파탄 낸 재벌들에 대한 청문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질문이 삼성에게 몰렸는데, 개인적으로 유통 대기업들의 중소 자영업 시장 파괴와 연동해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다뤄야 이들이 제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서.
유통 대기업들은 대형마트, SSM으로도 모자라 복합쇼핑몰이라는 괴물 유통업체를 전국에 유포시키고 있다. 편의점, 대리점 등은 여전히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법적 한계와 대기업들의 비열한 수탈 체계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12월 기준 국내에는 대형마트 508개, GS25·CU·세븐일레븐 등 대기업 편의점 3만개, SSM 9000개,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이 58개 출점해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반경 4km이내 점포들의 매출이 40% 감소했고,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의 경우 반경 15km이내 소상공인 수익이 반토막 났다. 실제 업종별로 조사를 보면 기타음식점 79.6%, 이·미용 47.8%, 의복신발가죽제품 58.8%, 음식료품 및 슈퍼 43.1%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에 자영업자가 600만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2000만명에 달하는데,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로 서서히 쓰러져 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점주 피해도 문제인데.
요새는 프랜차이즈니 가맹점 이런 게 많지 않나? 여기도 보면 부당한 이윤구조가 굉장히 심하다. 음식가맹점 같은 경우 식재료 같은 것을 비싸게 팔아 먹는다거나, 영업의 지역권 같은 것들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진출해 이윤을 나눠먹도록 유도한다. 물론 가맹본부는 문어발식으로 프랜차이즈를 내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이윤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임대비가 2배, 3배씩 상승하지 않았나 임대차 상인들이 4~5년 장사하다가 쫓겨나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픈 3년 안에 30%, 5년 안에 절반 이상이 망한다고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 때문에 시장에 진출해 있는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막중한 피해를 보고 있다.
 
골목상권 등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은.
시장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 상인은 가게 하나 가진 개별 상인이다. 애초에 수백조의 규모의 대기업과 경쟁 자체가 안 된다. 간혹 승자 독식의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뭐가 문제냐”는 뉘앙스로 말하곤 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핵심은 ‘균형’이다. 앞에서 말했듯 대기업을 상대로 시장 상인들이 경쟁이 되겠나. 나 역시도 대형 마트를 이용하고, 백화점에 갈 때가 있다. 대형마트와 쇼핑몰도 적절히 생겨야 하고, 시장과 동네 가게도 함께 공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절한 균형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의 ‘대형마트 허가제’에 대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은 대형마트에 대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규제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대형 유통이 어떤 시장에 진입할 때 상권 영향 등을 면밀히 평가한다. 가령 주변 상인들의 매출 피해가 10~20%가 넘을 경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균형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신규점포 출점 제한은 물론, 주말 영업 제한 역시 OECD 가입 선진국들이 시행중인 제도다. 선진국들은 지역 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는 대형마트의 도심 입점에 대해서도 도시 기능과 환경보호 등을 내세워 제한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기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미흡하다. 
 
해외 소상공 ‘균형발전’ 사례는.
일본의 경우 지난 1998년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 법을 시행했다. 마치즈쿠리 법은 1000㎡ 크기의 대규모 소매점포에 대해 입점 전 지역주민설명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들어서기 전 신고 후 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 미국 역시 상권의 균형을 추구하는 ‘BID(사업개선지구·Business Improve ment District)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 상권 내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것이다. 영국은 ‘일요일 거래법’, 독일은 ‘상점폐점법’ 등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과 소상공이 공생하려면.
거대한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선 잡초도 있고, 들풀도 있어야 한다. 큰 나무만 있다면 땅은 금새 마르게 된다. 결국 오아시스 몇 개만 바라보면서 살아가게 된다. 유통의 사막화다. 제조업, 중소상인, 대형 마트, 복합쇼핑몰 등이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시장에 자리잡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 자영업이 몰락하면 그들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겠나? 자영업이 몰락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대형 마트와 쇼핑몰도 공멸하게 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그보다 있는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유지시켜줘야 한다.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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