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저성장에 요구불예금 실적도 강화

내년도 요구불예금 목표 상향 조정…NIM 하락 방어·교차판매에 유리

입력 : 2016-12-14 오후 3:07:21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시중은행들이 유동성이 높은 요구불예금 실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수신예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은행들은 고객의 급여통장 등 요구불예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방카슈랑스, 적금통장 등 다른 은행상품의 교차판매도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인 A은행은 내년도 연간 계획에 요구불예금 잔액을 올해보다 크게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초 설정한 요구불예금 잔액 실적을 지난달 말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영업을 하기 보다는 사업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구불예금이란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과 기업의 당좌예금을 말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인출을 요구하면 바로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산을 늘리기 위한 상품이라기보다는 급여나 공과금 등 수시로 필요한 생활 자금이나 회사 운영 자금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이용된다.
 
은행들이 요구불예금 영업을 강화하면서, 신한·국민·우리·KEB하나·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수시입출식예금 포함)은 356조41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은행들은 최근 요구불예금 잔액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적인 요구불예금통장인 급여계좌나 공과금 또는 신용카납부계좌 등(주거래통장)을 이용하면 우대금리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086790))의 행복노하우 주거래우대통장은 월 10만원 이상을 자동이체하거나 하나카드 사용액이 월 30만원 이상일 경우 0.3%의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신한지주(055550))은 주거래 통장과 주거래 미래설계통장 등을 통해 급여이체, 카드 결제, 공과금 자동이체 고객 등에게 전자금융수수료, 인출·타행이체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이밖에도 요구불 예금 통장이 아닌 정기 예·적금 상품 가입 시 만기 또는 해약 시 잔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통장을 추가로 개설토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요구불예금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을 개선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라도 줄여 순이자마진(NIM)을 높이기 위함이다. 요구불예금의 대표적인 상품인 수시입출금 예금(MMDA)의 금리는  0.1% 이하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의 일종인 고객의 입출금통장을 유치하는 것이 적금·펀드·방카슈랑스 등 타 금융상품을 교차판매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금운용이 어려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요구불예금 잔액을 늘리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중요한 영업이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요구불예금 실적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에서 고객이 통장을 발급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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