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에게 2016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무산과 LG유플러스의 다단계 영업 논란, KT의 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연이어 터졌다. 유한 시장을 놓고 가입자 뺏기의 치열한 전투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개됐다. 한 해를 보름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 내년 연임을 결정지은 수장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뿐이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아직 내년 행보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 거취에 따라 각 사의 전략이 바뀔 수 있어 서비스를 대하는 소비자 체감온도도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인터넷(IP) TV, 초고속인터넷 등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에 올해 이통3사 수장들의 공과를 짚어보고 향후 행보에 대해 전망해본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약력: 이통·플랫폼 두루 섭렵
장 사장은 1963년생으로,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젊다.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했으며, SK 구조조정본부와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했다.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경영기획실장, 전략조정실장을 거쳐 전략기획부문장과 마케팅부문장을 지냈다.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4년 1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됐다. SK플래닛에서 COO의 경험을 쌓은 뒤 같은해 12월 인사에서 SK텔레콤 사장에 올랐다.
◆경영 색깔: 시장 정체 극복에 적극적…미디어 접촉은 ‘소극적’
장 사장은 SK텔레콤과 SK플래닛까지 두루 경험하며 이통시장은 물론 각종 미디어 서비스와 플랫폼에 대해서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2015년 4월 사장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까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계가 뚜렷한 국내 시장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미디어 시장을 이끌어갈 플랫폼 경쟁력 재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반면 경쟁사 CEO들에 비해 언론 노출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이후 미디어가 참석하는 회사의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많지 않았다.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취재진이 장 사장을 기다렸다가 질문을 던져도 입을 여는 일이 드물었다.
◆공: 신성장동력 ‘AI’ 시작
장 사장은 올해 인공지능(AI)에 많은 공을 들였다. 8월 AI 스피커 ‘누구’를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출시했다. 누구는 문장 형태를 알아듣고 스스로 학습해서 진화한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 등이 유사한 AI 비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9월에는 누구의 이용자가 AI 연구를 할 수 있는 ‘누구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누구나는 누구 서비스와 관련된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나 주식회사를 이끌 최고경영자는 천재 해커로 유명한 이두희씨가 맡았다. 누구는 최근 T맵 교통정보 ▲위키백과 음성검색 ▲라디오 ▲어린이 특화 콘텐츠 등 새로운 기능도 추가하며 진화했다. AI는 삼성전자, 구글, 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유망한 기술이다.
◆과: CJ헬로비전 합병 무산
SK텔레콤은 올 상반기 대부분을 CJ헬로비전과의 합병 성사에 매진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강력 반대했고,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불허 결정을 내렸다. 대형 미디어 플랫폼을 구상했던 장 사장의 포부도 물거품이 됐다. 합병 무산과 관련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SK가 최씨의 요구금액을 감액, 역제안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반면 KT는 차은택씨의 요구 등을 순순히 받아들였고, CJ도 청와대 눈 밖에 난 상황이었다. SK텔레콤은 여전히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실적도 그리 좋지 못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4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급락했다.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1인당월평균매출(ARPU)도 지속 하락세다.
◆연임 전망
사장 취임 1년이 갓 지났기에 연임이 확실시된다.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 진행한 일들의 연속성도 유지해야 한다. 그나마 변수가 있다면 CJ헬로비전과의 합병 무산이다.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었다. 경쟁사들과 거대 미디어의 탄생을 꺼리는 기존 방송사들의 심한 견제를 받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과는 실패였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 등으로 예년보다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그룹 차원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현재 분위기는 현상유지다. 21일 사장단인사를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