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관세청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추가 특허 결과 발표를 일정대로 오는 17일 강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에 드리워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고, 정치권의 심사 중단 요구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관세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광온 의원은 “그동안 많은 언론과 정치인들이 심각한 문제 제기를 했다”며 “검찰은 박 대통령 뇌물죄 구성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수사를 했고, 특검도 이 부분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검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면세점 사업자 추가선정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정부의 옳은 자세”라며 “기재위는 검찰과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모든 정당의 합의로 감사원에 면세점 사업자 추가선정 전반에 관한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61명이 면세점 사업을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선정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관련 기업들이 제3자 뇌물공여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 대상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을 전후해 면세점 사업권 특허신청 혜택을 주고 모금한 의혹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난 문제점 ▲관세청 직원의 불법 주식거래와 로비 의혹으로 수사 진행 등을 선정중단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지난 2월16일 최태원 SK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정부가 면세점 산업의 육성 등을 위해 시내 면세점 특허 제도에 관한 종합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대통령 말씀자료’가 전날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자료가 나온 시기는 SK그룹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111억원을 지원한 이후로, 검찰은 SK그룹의 재단 지원 대가로 박 대통령이 면세점 사업권 문제를 해결해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2015년 말까지만 해도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는 전혀 없다”고 난색을 표하던 관세청이 두 달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결국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만약 특검에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가 적용되는 등 면세점 사업의 대가성이 입증된다면 사업 정당성에 치명타가 돼 누가 선정되더라도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측은 이날 “박 대통령 독대 수개월 전인 지난해 9월부터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로 구성된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사항”이라며 “당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돼 불필요한 논쟁을 해소하기 위해 면세점 추가특허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은 같은 해 하반기 메르스 사태 등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수단의 하나로 정부 내에서 검토된 것”이라며 시중에 거론되는 특혜 의혹과 선을 그었다.
관세청은 당초 계획대로 특허 심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15일부터 심사를 시작해 17일 대기업 몫 서울 지역 면세점 3곳과 서울·부산·강원 지역의 중소·중견기업 사업장 3곳 등 총 6개의 사업자를 선정한다. 대기업군에서는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등 총 5곳이 참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도 관세청의 발표 강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급하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관광객 수가 1년 전보다 30만명 이상 늘어야 하는데, 지난해 서울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100만명 이상 줄었다”며 “또 새로 출범한 면세점 5곳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도 12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왜 사업을 강행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특혜 의혹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들을 무시하고 관세청이 신규 사업자를 발표했는데 나중에 선정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최종 결과가 나온다면, 선정된 신규사업자는 물론 시장 역시 큰 피해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청환(왼쪽부터) 호텔신라 면세점 부사장, 손영식 신세계 면세점 부사장, 심우진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부사장이 증인으로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