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험 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결국 보험료 인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드맵 발표 당시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통해 보험료 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료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모든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고 보장성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도 떨어지면서 보험료가 상승했다.
보험료 자율화 이후 보험료가 계속 오르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외국계 CEO를 만난 자리에서 "보험료 인상 등으로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율경영이 아니다"며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자율화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높은 손해율로 손보사의 골칫덩어리였던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인상으로 손해율이 안정화 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보다 5~8% 이상 감소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한 차례씩 인상한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하던 자동차보험료는 10월 들어 악사손보,
흥국화재(000540) 등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다시 인상 움직임이 재개되는 모습이다.
대형사들도 기본 담보의 보험료를 올리고 자기차량 손해 담보의 보험료는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0'으로 유지하되 담보 별로 보험료를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예정이율도 올해 대폭 하락했다.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4월에 일제히 3% 안팎이던 예정이율을 2.75% 수준으로 조정한 데 이어, 10월 들어 다시 이를 2.50% 안팎으로 추가 인하했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최대 20%까지 보험료가 올라간 것으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도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지난 11월 처음으로 예정이율을 2.50%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다른 손보사들이 내년 1월 일제히 예정이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할 것으로 알려져, 보험료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다음으로 가입자가 많은 실손보험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4개 보험사의 실손보험료는 지난해보다 평균 18% 올랐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에 애를 먹는 상품이다 보니, 내년에도 실손보험료의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각 보험사에 실손보험료의 참조 요율을 전달했는데 30대를 기준으로 남성은 15.5%, 여성은 15.0%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참조 요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보험사가 이 참조 요율을 기반으로 자사의 손해율 데이터 등과 함께 분석해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결정하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보험료가 과도하게 억제돼 있던 것"이라며 "보험료 인상을 통해 손해율이 반영되고 경영 정상화가 되면 장기적으로는 보험료를 낮추는 회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