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새누리 탈당파의 참회와 변명사이

입력 : 2016-12-19 오후 4:04:15
이성휘 정경부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국을 뒤흔들던 지난 11월 말,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세우겠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탈당파’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백 :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정문헌·박준선·정태근 전 의원 등 탈당파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박근혜 정권을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우리”라며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전국에서 매주 수십·수백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국회가 탄핵소추안도 가결시켰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며 법정 투쟁에 나섰다. 이런 박 대통령을 맹종해 지금의 상황에 일정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 내 친박(박근혜)계 역시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라는 식으로 당내 주도권 확보에 열심이다.
 
반성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소위 집권세력에 비교하면 “참회한다”는 이들 탈당파의 태도는 나름 평가할 만 하다. 다만 몇몇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잘못은 했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실히 밝히지 않는다.
 
그들이 당에 있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친박계가 당내 패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협잡을 했는지, 19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 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선 직전 박근혜 당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약속을 나눴는지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탈당파는 “우리가 당내에서 치열하게 싸우지 못했다”, “국가와 국민이 아닌 당과 개인의 이익에 안주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놨다. 박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포옹하는 선거 포스터를 공개하고 “부끄럽다”는 그들의 고백에는 실소마저 나왔다.
 
과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총풍’, ‘차떼기’, ‘탄핵역풍’ 등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죄송하다.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국민들에게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모두가 아는바와 같다.
 
만약 탈당파가 진정 새누리당과 결별하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세우겠다면 과거사를 확실히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두루뭉술하게 ‘우리가 잘못했는데, 지금은 관계없다’는 식의 태도는 참회라기보다 변명에 가깝다. 새로운 형태의 ‘천막당사’를 보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10인의 고백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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