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방향이라도 대충 가늠이 돼야 뭐든 할 수 있을텐데…." (A면세점 관계자)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사업계획서를 통한 순수한 운영능력만으로 객관적인 점수를 매겼으면 좋겠다." (B면세점 관계자)
면세점 업계가 난리다. 불확실성이 문제다. 다음달 심사가 진행되기로 예정된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안갯 속에 가려졌다. 관세청은 압수수색과 무관하게 면세점 특허권 선정 심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러다 신규 면세점 선정 자체가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면접'과 '합격자 발표'를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파투'가 날까 걱정된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올해 신규 시내면세점이 추가된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비판도 많다. 물론 이 일로 인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향성을 잃은 관세청 등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무엇보다 더 큰 문제다.
그동안 면세점 입찰 때마다 관세청이 비난을 받아왔던 것은 심사위원 명단도, 과정도, 성적표 조차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한 심사방침 때문이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던 관세청 직원들은 심사과정의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사들여 수백만원대의 차익을 챙겼다는 혐의가 적발됐다.
이미 신뢰를 잃은 마당에 이제는 비선실세가 면세점 선정에도 관여를 했다는 의혹까지 터진 셈이니 이제는 업계의 경쟁력까지 우려되고 있다. 고등학교 성적표에는 '가', '양'으로 도배된데다 출석일수까지 모자란 학생이 '빽'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올해 면세점 심사에서도 지난해 그렇게 비판을 샀던 '깜깜이 심사' 논란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채 강행 중이다.
해외 면세점을 보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이 종료되면 상대기업 자료도 열람이 가능할 정도로 투명하게 입찰이 진행된다. 낙방한 기업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기업들도 심사 일정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자기들끼리 뚝딱뚝딱 결정하고 있으니 심사받는 기업도 답답하고, 보는 국민들은 속이 터진다.
면세점 도전기업마다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공통되게 원하는 것은 '공정한 시스템'과 '투명성 강화'다.
관련법 개정으로 면세점 특허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날 예정인 지금, 사실상 '마지막 면세점' 입찰로 불리는 이번 심사만큼이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성수 생활경제부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