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분양시장에서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소형 대비 비싼 분양가 등이 부담이었지만 최근 지속된 중소형 분양가 상승세에 격차가 줄어들며 재조명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85㎡ 초과)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높은 중소형 수요에 밀려 꾸준히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관심을 받자 일부 지역에선 '귀하신 몸' 취급까지 받는 상황이다.
그동안 분양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중소형 아파트와 비교해 비싼 분양가와 낮은 환금성 등은 투자 수요 중심으로 잦은 손바뀜이 일어나는 국내 분양 시장에서 외면 받기 일쑤였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 등 특화 설계를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과 지난 1990년 9%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중이 올해 27%까지 치솟은 점도 중대형 인기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때문에 가뜩이나 미분양 문제로 골머리를 썩여 온 일부 지방에선 중대형 청약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기도 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56만17779가구의 아파트 중 85.3%에 달하는 47만9316가구가 85㎡ 이하인 점만 봐도 현 주택시장에서 중소형 쏠림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높은 중소형 아파트 인기에 분양시장 찬밥 신세였던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가격 경쟁력이 되살아나며 재조명 받고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대형에 비해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뛰면서 분양가 격차가 크게 줄었다.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3년 전년 대비 평균 매매가가 1.45% 오른데 이어 2014년 3.95%, 지난해 7.31%씩 뛰었다.
반면 85㎡ 초과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3년 2.38% 감소했고, 2014년과 지난해 각각 2.25%, 4.13%씩 상승하는데 그쳤다. 올해 역시 지난 16일까지 중소형이 4.53% 집값이 상승하며, 3.49% 오른 중대형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상반기 300만원까지 벌어졌던 중소형·중대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 차이 올 하반기 38만원까지 좁혀졌다.
이처럼 중대형 아파트 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했던 가격 부담이 한층 완화됨에 따라 지방 아파트 청약의 경우 중대형 경쟁률이 중소형을 앞지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청약을 접수한 대구 만촌 삼정그린코아 에듀파크는 62가구를 모집한 123㎡A형에 3409건이 접수되면서 5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35.6대 1과 2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75㎡A, 75㎡B형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날 청약을 실시한 광주 용산지구 계룡리슈빌 역시 91㎡A형이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9.2대 1을 기록한 84㎡C형 보다 많은 수요가 몰렸다.
중대형 인기는 수도권에 비해 대가족이 많은 지방에서 두드러지고 있지만 수도권 역시 낮아진 문턱에 '기왕이면 큰집'을 원하는 실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청약을 접수한 인천 연수 파크자이는 101㎡가 23.2대 1로 1순위 마감됐지만 84㎡A형은 미달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수요는 꾸준했지만 가격 부담과 낮은 인기에 청약 시장에서 외면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가격 격차가 많이 줄어 조금만 더 보태면 큰 집을 구매할 수 있고, 11.3 대책 이후 분양권 전매도 어려워져 굳이 경쟁률 높은 중소형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져 서울이라고 중대형 인기가 낮을 이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