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과 관련해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한철(63) 헌법재판소 소장이 21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소됐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와 오병윤 전 의원 등 5명은 이날 김 전 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박 소장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특검에 제출했다.
오 전 의원은 이날 고소장 제출에 앞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총감독하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그리고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공모해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산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국민 촛불의 힘으로 이제 진실이 밝혀져 가고 있다"며 "특검이 수사해서 더 진상을 명확히 밝히는 것,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된 것을 부활시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 믿고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 이재화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은 헌법상 보호를 받는 정당에 대해서 해산을 하도록 했고, 정당 해산 심판에서의 평의내용, 진행내용, 선고기일까지도 알고 있었다"며 "재판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 부분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한철 소장은 법률상 공표가 금지된 평의내용과 재판 진행내용을 김 전 실장에게 누설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이에 관해 특검이 또 다른 국정농단의 한 사례인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하기 위해 오늘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이러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 해산은 아시다시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제소해 헌재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저희가 그런 것을 사전에 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헌재는 2014년 12월19일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을 해산했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주최 ‘청와대-헌법재판소 커넥션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