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이보라기자] A형독감이 때이른 기승을 부리자 일부 병의원에서 독감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독감백신을 맞으러 병의원을 찾았던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공급물량 부족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어 보건당국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독감(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수는 올해 50주차(12월4~10일)에 34.8명(잠정치)으로 급증했다. 48주(11월20~26일)차에는 7.3명을 기록해 2주만에 약 5배가 늘어난 것이다. 독감 유행기준(8.9명)에는 약 4배에 달한다. 특히 초·중·고 학생 연령(7~18세)이 107.8명으로 독감의심 환자 수가 높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12∼59개월 소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 독감 우선접종 권장대상자는 유행 중이라도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65세 이상 고령자(보건소), 6~12개월 미만 소아(민간의료기관)는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접종 대상자가 몰리자 일부 의료현장에선 독감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백신 수급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으로 관련 백신이 동나기도 했다. 모 의원 관계자는 "독감백신이 떨어져서 환자에게 접종을 할 수가 없다"며 "제약사에 물어보니 요즘 백신이 없는 데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무료접종 대상자인 고령자에게만 독감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며 "독감백신이 떨어져서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독감백신 공급물량 부족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가 필수예방접종 물량은 질병관리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일반은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구매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일시적으로 공급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이 없다고는 하지만 전체 총량은 모자라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조사해보니 현재 제약사에 120만도즈 정도의 재고 물량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연간 국내 독감백신 수요량은 약 1600만~1700만도즈(1600만~1700만명 투여 분량) 규모다. 보통 제약사들은 연 2000만도즈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총 공급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독감백신을 접종할 시기가 이미 지나 병의원에서 백신을 이미 다 소진했거나 구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해명했다.
올해에는 예년보다 독감 유행시기가 빠르고 의심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 물량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독감은 12월부터 4월까지 유행한다. 9월부터 접종을 시작해 11월에는 공급과 유통이 마무리 단계다. 제조사와 도매업체의 반품 문제도 현 사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이미 11월에 독감백신을 병의원에 전부 공급했고, 나머지 소량 재고가 남아 직원들에게 접종을 실시했다"며 "올해 백신 유통을 마감했는데, 12월에 뒤늦게 다시 수요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11월 이후 비시즌에는 수요를 요청해도 도매업체가 반품 문제로 인해 백신 구입을 꺼려한다"며 "백신은 유통기한이 짧은 데다가 제약사로 반품 처리가 되지 않아 도매업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신 수요 예측과 공급 안정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공급은 사실상 민간에게만 의존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행병은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비축량을 늘려 보건소에서도 일반인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형독감이 대유행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수급 불균형으로 백신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이보라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