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측근들이 연말 인사에서 대거 전진 배치됐다.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최 회장의 확고한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평이다. 최 회장과 동년배인 50대 리더들이 약진해 본격적으로 그룹 중책을 맡게 됐다. 그동안 그룹을 지탱해왔던 60대의 수뇌부는 대부분 2선으로 물러났다.
SK그룹이 21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대식 SK(주) 사장(56)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됐다. 수펙스 산하 새롭게 신설되는 전략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한다. 전략위원회는 관계사간 협력을 강화해 그룹의 신성장엔진 확보 및 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펙스 7개 위원회 중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새 인물로 교체됐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3.0’ 체제 3기의 출범이다.
박정호 SK(주)C&C 사장(53)이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사장을 보임하며 수펙스 내 커뮤니케이션 위원장도 맡는다. 조 사장과 박 사장은 함께 SK 통합 지주회사의 합병을 주도했던 인물로 합병 후 각자대표를 맡아 왔다. 통합 지주사 출범은 기존 ‘옥상옥’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최 회장에게 그룹 지배력 확대와 더불어 보수·배당 등의 부도 안겼다. 두 사람은 최 회장과 같은 고려대 동문이기도 하다.
특히 박 사장은 그룹 내 ‘실세’로 꼽힌다. SK그룹 재직 시절 2003년 SK의 분식회계 사건과 소버린 경영권 분쟁 당시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며 최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서도 활약했다. 그만큼 최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전언이다.
SK텔레콤에서 초고속 승진코스를 밟아온 장동현 사장(53)은 통합 지주회사의 1인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통합 지주회사는 기존 1사2체제에서 장 사장의 지휘 아래 하나로 뭉친다. 인터넷, 통신 사업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 지주회사의 ICT,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의 융합 시너지를 이끌어낼 적임자란 평이다.
김창근 수펙스 의장, 김영태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정철길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김 위원장과 정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승진해 부회장 라인의 교체가 다소 갑작스러운 감이 있다. 새 부회장 승진자가 2명 나왔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과 조기행 SK건설 사장이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SK그룹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61명, 신규선임 103명 등 총 164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37명보다 승진자가 늘었다. 당초 '최순실 게이트' 파장으로 조직 안정을 추구할 것이 예상됐으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기류가 급변하면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로 인사 폭도 커진 모습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