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적 보복을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정세적 불안이 새해 수출의 최대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국내는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태양광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시장조사기관 PV인사이트는 2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의사를 표명한 이후 한국산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강도 높은 (덤핑)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마찰 원인을 사드에서 찾았다. 특히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OCI에 대한 표적 성격이 짙다. 이미 중국 정부는 한국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매기고 있다. OCI 2.4%, 한화케미칼 12.3%다. 큰 폭의 추가 관세가 더해질 경우, 한화케미칼에 이어 OCI도 가격경쟁력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의 시장 퇴출로, 업계에서는 “사드 문제가 이면에 작용했을 것”으로 입을 모은다. OCI는 중국 GCL과 세계 정상을 다투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최근 배터리 인증 기준을 연산 8GWh 업체로 제한해 진입장벽을 높였다.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삼성SDI는 2.5GWh, LG화학은 3GWh 수준이며, SK이노베이션은 아직 현지 공장이 없다.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곳이 12GWh의 로컬 기업 BYD뿐이다. 당초 당국은 배터리 인증 기준 강화 이유로 안전성을 들었으나, 이내 규모로 전환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활로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간 국내 기업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제 보복은 이미 위협 수준을 넘어 곳곳에서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인하지만, 한류를 사실상 차단하는 ‘한한령’이 문화·관광 전반으로 퍼졌다. 전기전자·IT철강·화학 등의 주력 업종 모두 위협 사정권에 있다. 코스닥 상장사 투비소프트는 중국 국영기업으로부터 사드를 이유로 투자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사드 배치를 유예해 상반기에 집중될 경제 리스크를 분산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실적으로 (중국의)대응조치가 있다”면서도 “안보를 위해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이 사드를 이유로 각종 제재에 나설 경우 우리 기업들에는 재앙과도 같다"고 말했다. 안보 위기는 경제에서 시작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