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와의 갈등으로 지급 중단 상태에 놓인 서울시 청년수당이 내년부터 재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내년도 서울시 청년지원정책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정부의 직권취소로 청년수당 집행이 중지된 이후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고용부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시, 대전시도 청년수당과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청년수당) 시범사업 당시에는 정부가 반대했지만 이같이 정책이 확대되는 상황과 탄핵 이후 정국을 비춰보면 서울시가 복지부와 잘 협의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는 올해보다 203% 증가한 1805억원 규모의 내년도 청년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도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를 늘리고, 청년공공임대사업으로 총 2만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공공일자리시장을 개방해 청년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 공간지원·투자사업 등을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시는 복지부와 협의해 내년에는 청년수당 재지급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시는 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재협의 과정을 거쳐 복지부가 제시하는 권고사항과 올해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 등을 보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시에서 협의 요청이 들어오면 논의를 시작할 사안”이라며 “저희 전체적인 기조랑 맞는지랑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위에까지 보고가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청년수당 대상자는 기존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탈락한 지원자도 자격요건을 갖추면 재신청할 수 있다. 시는 그동안 충분한 홍보가 된 만큼 올해 지원자는 적어도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청년수당 재 지급 여부를 무조건적으로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청년수당은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지만 문제는 사회보장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돼 있어 회의 소집이 쉽지가 않다.
이에 대해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청년수당은) 이미 협의를 완료하고 어떤 외압에 의해 사업이 중단된 것이기 때문에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큰 이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년수당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장됐고, 카드나 바우처 형태 등 지급방식이나 사용처 문제도 유연하게 접근해 재지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는 청년 주거공간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내년에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비롯해 '7개 청년공공임대사업'을 묶어 올해 공급한 6214호보다 많은 2만350호를 공급한다. 또 목돈 마련이 어려운 취준생, 사회초년생 등에게 대출금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청년주택보증금' 제도도 처음으로 추진한다.
또 청년들이 업무와 회의, 휴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인 '무중력지대'를 양재 R&D, 서대문 등에 추가로 4곳 더 조성해 총 8곳을 운영한다. 민간에서 지원하는 청년활동공간인 우리동네 무중력지대 11곳도 모집해 청년 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지원도 강화한다. 청년 뉴딜일자리는 올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총 5500여개를 제공한다. 임금은 내년도 서울형 생활임금인 시급 8200원을 적용한다. 사회혁신과 발전에 기여하는 청년기업과 단체를 지원하는 '청년프로젝트 투자사업'도 추진해 최대 5억원까지 투자한다.
박 시장은 이날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는 거리의 컵밥, 편의점의 삼각김밥, 비좁은 고시원, 졸업과 동시에 떠안는 부채"라며 "불평등 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이고, 불평등의 꼬리를 끊는 것도 청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내년도 서울시 청년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