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올해 70조원 가까운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장이 섰지만 결국 헐값 매각과 매각 실패로 이어지면서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올해 생보사 M&A 시장은 문을 닫았다. 매물로 나온 네곳 중 두 곳이 매각됐지만 그 과정을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해 생보사 M&A 시장에는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KDB생명, PCA생명이 매물로 나왔다. 이 중 가장 먼저 매각이 성사된 회사는 알리안츠생명이다. 9월말 기준 총자산 16조8000억원에 이르는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에 고작 300만 달러(약 36억원)의 헐값에 매각돼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안방보험 측에 인수합병 이전 자본확충을 약속, 11월 5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사실상 '돈을 주고 회사를 판' 셈이 됐다.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은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불투명한 전망을 확인시켜준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자산 규모 31조7000억원의 업계 5위 생보사 ING생명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방식으로 홍콩계 사모펀드 JD캐피털, 중국계 태평 생명·푸싱그룹·안방보험 등과 매각 가격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주요 매수 후보자인 중국계 자본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폭풍으로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매각 작업이 지연됐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상장을 통해 새로운 주주를 찾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 내년 2분기 유가증권 시장에 ING생명을 상장하기로 했다.
KDB생명은 지난 22일 마감한 본입찰이 무산된 이후 재매각 작업을 보류했다. 산업은행은 가격 등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단독 응찰한 중국계 자본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4년에도 가격 차이로 두 차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는 기약 없이 늦춰지게 됐다.
올해 가장 좋은 M&A로 평가되는 PCA생명은
미래에셋생명(085620)에 인수됐다. 인수 가격은 1700억원으로 당초 예상됐던 3000억원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내려갔다.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여름께 PCA생명 인수를 마무리하고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흥행실패는 생보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는 저금리 장기화라는 환경적 요인과 2021년부터 부채를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막대만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해도 매각 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매각 대금을 낮추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알리안츠생명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거래 조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