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가 내년 초 운영을 목표로 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 도입이 잠정 중단됐다. 2012년부터 1조원 가량을 들여 준비하던 ERP 도입이 미뤄지면서 보험 계열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조업에서는 제고파악, 판매량, 수금내역 등이 단순하지만 원가와 재고 개념이 없는 보험에 이를 대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보험은 제조업과 달리 상품판매와 동시에 판매비용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에 걸쳐 보험료가 들어오는 구조라 시스템 도입이 쉽지 않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제조업에 비해 금융업이 복잡하고 업무간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단 하나의 오류 없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함"이라며 "혹시나 있을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일정을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ERP 시스템은 회사 전체 업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으로
삼성전자(005930) 등 비금융 계열사들이 ERP 시스템 도입한 효과를 보면서 보험계열사까지 확대 도입이 결정됐다. 하지만 삼성 금융사의 ERP 적용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2년 ERP시스템의 소프트웨어인 SAP 전문가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지만 삼성 금융계열사의 ERP 시스템 구축은 백지화 위기를 맞았다.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역별 특성 차이가 뚜렷해 이를 아우르는 통합 ERP 구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 통합 ERP 구축이라는 목표를 선회해 금융계열사별로 ERP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카드는 이미 지난해 초 독자적으로 새로운 ERP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ERP 도입을 반대하던 임원들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도 삼성그룹이 ERP를 금융사에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계약 한 건 단위로 드는 수수료 비용과 원가, 자산운용 내용, 보험금 적립 등을 파악해 ERP 시스템을 원가 절감과 자원 효율화 등 경영전략 수립에 쉽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ERP 시스템은 도입 당시부터 삼성그룹 보험사의 반대가 심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임원이 짐을 싸기도 했다"며 "삼성 내부에서도 SDS 사업구조가 재편되면 무리하게 추진하던 ERP가 계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