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현대차 노사가 15년만에 완전 무분규 (무 쟁의발생 결의, 무 파업찬반투표, 무 파업)를 실현하면서 21일 밤 임단협 협상을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올 임단협은 사상 초유의 노조집행부 중도사퇴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신임 이경훈 집행부는 사측과 12차례의 교섭끝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번 잠정합의는 과거 무분별한 분규를 지양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예년과 달리 노사 모두 어려운 경제상황과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치열한 경영환경에 대한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임금동결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성숙된 노사문화를 구축하는 발판이 됐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94년 이후 첫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쟁의발생 결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안을 도출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4월 2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6월 16일 윤해모 집행부 중도사퇴, 11월 17일 교섭재개 등 쉽지 않은 교섭과정을 거쳤지만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었다.
현대차 노조가 정치파업을 포함한 완전 무분규를 기록한 것은 94년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87년 노조 결성 이후 거의 매년 파업에 돌입했었다.
이번 협상이 비교적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의 의지도 큰 역할을 했다. 이경훈 집행부는 올 임단협의 최대 난제였던 주간연속 2교대 논의를 내년으로 넘기는데 데 동의했다.
아울러 집행부가 중도에 교체되면서 협상이 5개월 이상이나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바람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연내에 타결짓기 위해서는 협상속도를 내야 한다는 노사간 공감대와 의지도 이번 잠정안 마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노사 합의안의 가장 큰 특징은 임금동결과 고용보장 확약서 체결이다.
불투명한 미래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전반적 사회 기조에 부응해 노조는 임금동결을 받아들였고, 사측은 노조측 최대관심사인 고용보장을 수용했다.
회사측은 단체행동에 들어가지 않고 평화적으로 협상을 끝낸 것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사측은 "이번 교섭은 협상내용과 진척도와는 크게 관계없이 일단 파업수순을 밟아왔던 과거 협상문화와는 크게 달랐다"면서 "향후 노사신뢰와 협력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협상문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잠정안은 조합원들의 전체 투표로 최종 가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23일 합의안 수용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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