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건설업 분야에 '경제민주화 DNA' 이식

주계약자 공동도급제·건설근로자 적정임금 지급 등 추진

입력 : 2016-12-28 오후 3:34:35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위코노믹스(Weconomics)라는 새로운 경제비전을 제시하고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에는 건설업 분야의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위코노믹스는 'We(우리)+Economic(경제)'의 합성어로 1%가 아닌 100%를 위한 대동경제를 뜻한다.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함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건설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배경 중 하나가 불공정한 하도급체계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건설업 혁신 대책을 통해 건설산업의 생산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시가 발표한 '건설업 3불 대책'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시행과 건설근로자 적정임금 지급 , 부실시공 업체 공사참여 배제 등 총 3가지다. 이를 통해 향후 건설업 분야의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시는 추정가액 2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건설공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로 발주할 방침이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는 종합건설업체(주계약자)와 전문건설업체(부계약자)가 컨소시엄(공동수급체)을 구성해 발주자(서울시)와 공동 입찰·계약하는 제도다. 이때 전문건설업체는 기존의 하도급자가 아닌 계약 상대자로 종합건설업체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아울러 시는 원도급사가 일정 부분 직접 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직접시공제' 비율을 오는 2019년까지 전면 확대한다. 이는 시공 능력이 없는 부실업체가 공사를 수주해 모두 하도급화 하는 일명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기 위한 조치다. 시는 시장 충격을 감안해 내년 7월부터 직접시공제 30%를 시작으로 2018년 60%, 2019년 100%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시는 직접 발주한 건설공사 참여 시 건설근로자에게 시중노임 단가 이상의 적정임금을 지급토록 의무화한다는 입장이다. 시중노임단가는 전국에 2000여 곳의 건설현장 근로자 지급 임금 등을 통해 산출한 직종별 평균임금이다. 현재 공사 발주를 위한 예정가격 작성시 원가계산의 기준이 되는 유일한 노임기준으로 사용된다. 
 
지난 3·4월 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공사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63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지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17%가 시중노임 단가보다 낮은 임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개정해 시범사업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한 후 내년 7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한다.  
 
끝으로 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를 유발한 하도급업체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시가 발주한 건설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한다. 원도급 업체가 아닌 하도급 업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시가 전국 최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계약 당사자인 원도급 업체에만 벌점을 부과하고 입찰참가를 제한해왔다. 하도급 업체는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닌 동시에 법령 근거조항도 없어 제재받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는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개정해 제재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안전사고를 일으킨 하도급 업체에 대한 사고이력관리도 시작한다. 하도급 업체 사고이력관리는 계약사가 서울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One-PMIS)에 하도급사의 사고 경위와 재해 내용 등을 입력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무엇보다 시는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시스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건설근로자공제회와 협업해 내년 6월부터 '하도급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하도급 계약과 건설근로자 근로내역, 임금지급 등을 관리한다. 
 
또 현재 3곳에서 시범사업 중인 ‘전자인력관리제’를 내년 하반기부터 50억원 이상 모든 건설공사장에 확대 적용한다. 전자인력관리제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전자카드를 이용해 실제 근무 시간을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박 시장은 “이번 혁신 대책을 준비하면서 일부 종합건설업체들의 반대도 있어 쉽지만은 않았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시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건설현장의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건설업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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