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음을 바친 곳이다. 내년 상반기면 수주 받은 일감이 모두 동난다.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려고 수시로 취업사이트를 가보지만, 일자리가 없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일이 배 만드는 일뿐인데, 깊은 한숨만 나온다” 최근 만난 조선사 한 노동자의 말이다.
실직에 대한 불안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는 조선소에 배 만드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노동자들의 곡소리만 들릴 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들러 아파트를 내놨다는 그는 회사에서 분양한 곳에 살고 있다. 단지 내에서 회사에 남은 자와 떠난 자로 나뉘지만, 모두가 죄인인 양 안타까워한다.
그는 내년 초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소문과 함께 집값이 더 내려가기 전에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놨다. 3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조선 불황에 노동자들의 주거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만
대우조선해양(042660)과
삼성중공업(010140)은 각각 1500명씩 모두 3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협력사까지 합치면 올해 거제 지역에서만 1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노동자가 실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009540) 역시 2년 사이 1만6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STX조선해양은 5000여명 중 절반인 2500여명이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을 통해 정든 회사를 떠났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등 자영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자 하지만, 자영업 과잉공급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10명 중 7명이 2년내 가게 문을 닫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들 실직자를 위한 근본 대책은 새로운 일자리 제공해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내놓은 실직자 재취업 대책은 미흡하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조선업 희망센터’는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정보에 조선업과 관련 없는 홀서빙, 식품포장, 영업판촉 등의 직종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 논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실직자들도 눈높이를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기계발이 뒤따라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재취업 프로그램은 단기성 아르바이트나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대량실업 대책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기업이 실직자 대상 재취업 상담이나 교육훈련 제공 등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전 직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법적 토대를 마련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또 대규모 구조조정,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퇴직 후 재취업이 중요해졌다. 중소기업에 비해 재정적 여력이 우수한 대기업은 이직이나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 인력 구조조정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영택 산업2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