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새해 경영정보 분야 글로벌 트렌드는 'AI'

입력 : 2017-01-03 오전 8:00:00
2017년 신년을 맞이해 경영정보와 관련된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2월11일부터 14일까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국제정보시스템학회(ICIS,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Systems)는 정보시스템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이다. 이 학회에서 소개된 경영정보 분야 연구들을 검토해 봄으로써 글로벌 트렌드를 볼 수 있었다. 여기 소개된 여러 연구논문 주제들 중에 눈에 띄는 트렌드는 단연코 인공지능이었다.
 
지난해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이 유행어가 됐는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활용한 인공지능 연구 결과가 학회에서 많이 발표된 바있다.
 
알파고가 그러했듯이 인공지능이란 기계학습을 활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뒤에 거기서 패턴을 찾아내 추론하고 판단하는 접근방법이다. 인공지능은 그동안 먼 미래에나 적용되는 미래의 기술로 생각돼왔다. 그러나 연구 논문들을 통해 봤을 때,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에 적용되었고 그 적용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적용 예로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를 들 수 있다. 인공지능 의사가 임상실험 사례 등의 데이터를 학습해 환자의 특성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데이터의 양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파고가 많은 바둑 기보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수를 찾듯이 많은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인공지능은 전문가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또 최근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 네이버 파파고와 같은 번역기의 성능도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어 통역 및 번역 전문가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 분야 역시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것처럼 문장을 나누지 않고 문장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분석하는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한다. 따라서 이런 인공지능 번역기는 세부적 언어 패턴을 학습해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번역을 할 수 있다. 
 
무인 자율주행차도 좋은 예이다.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패턴화해 학습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여 운전한다. 유수의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Uber)는 무인 택시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정보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교환기,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분야에서 전 세계에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앞으로 전세계 비즈니스가 인공지능 분야의 영향을 받아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이 상황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 시장을 선도할 것인지, 주도권을 놓쳐 끌려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우리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통신 분야에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포털, 온라인 콘텐츠 및 게임 산업과 같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배출하기도 했다. 공중전화마다 '통화는 간단히'라는 캠페인을 하던 시절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으로는 첫째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을 이해하고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 기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축적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실험적인 사업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저렴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도전하는 인재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충이 요구된다. 뛰어난 사람들이 모험을 할 수 있도록 주식 시장 상장과 M&A 분야의 규제 완화 지원이 절실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정부 주도의 투자 계획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예산이 전시성 행정이나 단발적인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도록 장기적 산업 양성의 관점에서 계획될 필요가 있다.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해 '예산 나눠먹기' 식으로 하다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우리가 세계적인 데이터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 인터넷 강국이 됐던 경험을 살려 2017년이 인공지능 강국을 실현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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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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