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으로 부러움을 샀던 정유업계의 임직원 급여가 지난해 나란히 1%대 인상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으로 2년 연속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회사 측이 경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이나 동결 수준의 인상을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4사는 기본급을 1%대로 인상하는 수준으로 임금협상을 매듭지었다. 유일하게 해를 넘기고 있는 에쓰오일(
S-Oil(010950))의 임금협상도 동종업계와 비슷한 기본급 1.6% 인상으로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다.
지난해 11월 GS칼텍스가 기본급 1.7% 인상에 기본급 100% 지급으로 정유사 중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마치자, 나머지 회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율됐다. 현대오일뱅크도 기본급 1.5% 인상과 함께 기본급의 150%를 격려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한편,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말 전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를 성과급으로 추가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를 거친 끝에 결국 기본급을 1.5% 인상(자동호봉승급분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성과급은 지난해와 같이 계열사와 개인별 업무평가에 따라 올초에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3분기 만에 전년도의 연간 실적을 넘어설 만큼 높은 호황이었지만,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는 오히려 전년보다 낮아지면서 직원들은 볼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 정유사 노조 관계자는 "2014년에는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노조가 스스로 임금 동결에 합의하며 고통을 분담했지만, 사측은 상황이 나아져도 성과를 나누지 않아 노사관계 신뢰가 깨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4년에는 정유사들이 유가급락으로 실적악화가 심화되자 노사협상을 통해 일제히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정유 4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합계는 5조6862억원에 달한다. 4분기에 1조5000억원 이상을 무난히 벌어들여 사상 처음으로 합계 7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정유 4사의 최대 영업이익은 2011년의 6조8135억원이었다.
사측은 정유업이 국제유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천수답(天水畓)' 사업이기 때문에 성과가 좋을 때에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쟁국의 증설 등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총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경영 계획을 밝히는 등 정유사들은 지난해 거둬들인 수익으로 신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유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외 경영 환경이 어렵고 기름값이 오르는 시기에 성과급 잔치, 귀족노조라는 외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