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vs 서청원, “당 떠나라” '진흙탕 싸움'

서청원, 탈당계 반환 밀약 폭로…당 지도부는 인명진 지원

입력 : 2017-01-04 오후 5:05:21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새누리당 쇄신을 이끌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친박(박근혜)핵심 서청원 의원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졌다. 특히 서 의원이 “인 비대위원장이 탈당계만 내면 나중에 돌려준다고 했다”고 폭로해 인명진표 쇄신 진정성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게 됐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어 “거짓말쟁이 성직자 인 비대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주시기 바란다”며 “인 위원장이 당에서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한, 당을 외면하고 떠날 수 없다. 그분은 ‘무법,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그는 “새로운 패권주의로 의원들을 전범 A, B, 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취급하고 있다”며 “김정은식 공포정치로 권력을 유지하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인지 악성종양의 성직자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며 “자신의 정치적 야욕의 희생양으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정통 보수당을 와해시키려는 것인가”라며 인 비대위원장의 즉각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 등을 요구했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 목사와의 ‘약속’을 하나하나 폭로했다.
 
그는 “지난 달 25일 조찬에서 ‘스스로 책임지고 나가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인 목사도 수긍했다. 또 (당을 나가면) 대선이 끝나고 나를 여당 국회의장 시켜준다고 했다. 앞으로 형님처럼 모시면서 모든 일을 상의한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일주일도 안 돼 나가라고 압박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인 목사가 나와 일부 중진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해서 탈당계를 일단 내면 바로 돌려준다고 약속했다”면서 “자기체면 살리려고 그런 것이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것을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성직자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서 의원의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적 청산) 그 문제에 대해서 인 위원장 중심으로 가야겠다는 분위기인데 서 의원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이해가 잘 안 간다”면서 “국회의장과 관련한 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 원내대표 이하 원내 지도부 전원은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문제를 위임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도 인 위원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인 위원장 체제는 순풍을 타는 모양새였다.
 
여기에 지난 2일 친박핵심 이정현 전 대표가 탈당 의사를 밝힌 이후 친박 중진 정갑윤 의원도 이날 탈당계를 제출했다. 정 의원은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친박 4선인 홍문종 의원도 “당 쇄신의 밀알이 되겠다”며 본인의 거취 문제를 인 위원장에 일임하기로 해 친박 인적쇄신에도 탄력이 붙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후 서 의원이 전면에 나서 인 비대위원장과의 뒷이야기를 폭로하면서 ‘인명진표 인적쇄신안’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당내 친박진영과 인 비대위 체제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인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오는 1월6일까지 자진 탈당하라. 1월8일 저의 거취를 포함한 결과를 알려드리겠다”면서 친박계에 최후통첩을 했다. 이후에도 “악성종양”, “일본 같으면 할복했을 것”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친박계의 탈당을 압박해 왔다.
 
친박(박근혜)계 좌장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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