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하반기 입주대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서분양 증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았던 지난해의 경우 투자나 실수요를 목적으로 자사 분양 물량을 구입하는 건설사 임직원이 많았지만, 입주대란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날 경우 건설사들이 임직원에게 물량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일 건설기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자의 여부 확인서는 1200여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 1100건에 비해 1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을 정도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건설사 임직원들도 투자나 실수요를 위해 자사 분양물량을 구입한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자서분양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건설사 임직원 분양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자서분양에 따른 위험성 등을 건설기업 노조로부터 고지 받은 뒤 자의 여부 확인서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임직원 분양률이 5%가 넘을 경우 분양대금을 직접관리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사 임직원의 자사 물량 구입 과정에서 은행이나 관계 기관들이 분양자의 직장이나 분양자와의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요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지난해의 경우 실제 자서분양 건수는 1200여건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기업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 접수된 자의 여부 확인서를 바탕으로만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자사 물량을 구입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지난해 연간 50만가구가 분양된 만큼 건설사 임직원들이 분양받은 주택도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 하반기부터다.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지난해의 경우 건설사가 강매하기 보다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입한 물량이 많았지만 하반기 입주대란에 따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자서분양에 따른 임직원들의 피해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집계를 보면 올해 전국에서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38만여가구에 달한다. 이전 최대기록인 2008년 32만336가구 보다는 20%, 지난해보다는 32%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과거 자서분양 피해 사례를 보면 임직원 본인 보다는 임직원의 가족 명의 또는 하청업체 임직원까지 동원한 경우가 있어 현행 자서분양 방지 대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분양 받는 명의자가 임직원의 가족일 경우 본인이 아닌 가족의 4대 보험 자료나 직장정보가 담긴 서류의 제출을 은행이 강요할 수 없어 자서대상인지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울러 시공사나 시행사 임직원이 자사 물량을 구입하기 위해 중도금 대출을 신청할 때 은행에 제출하는 4대 보험, 건강보험 등 직장정보가 적힌 서류 대신 소득금액증명원 등 기타 수입 자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자서 대상자에 대한 확인 없이 중도금 대출이 진행된 경우 해당 은행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위반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자서 대상자 파악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관련부처 간 협의와 제도 개선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기업 노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논의해 최대한 자서분양 대상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들에게 자서분양 방지 취지를 꾸준히 인식시킬 것"이라며"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미분양 사태가 터진다고 가정했을 때 적어도 올 상반기에는 최대한 이런 허점을 메우는 쪽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분양 물량을 임직원에게 강매하는 자서분양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건설사의 견본주택 내부 전경. 사진/대림산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