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9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66) 부회장과 장충기(63) 사장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을 통지받았지만, 특검팀은 피의자로의 변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이들을 상대로 삼성그룹이 최순실(61·구속기소)씨 모녀를 지원하게 된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이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삼성그룹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대가로 박근혜(65)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이재용(49)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최씨 모녀를 지원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들에 대한 조사내용에 따라 사실상 삼성그룹의 마지막 조사 대상자인 이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9월과 2015년 7월, 지난해 2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과 독대했으며, 이 자리에서 승마 유망주를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 3월부터 대한승마협회의 협회장사를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앞서 이번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고발도 된 상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15일 이 부회장을 고발하면서 "국민연금이 합병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박 대통령과 그 측근인 최씨 모녀에게 최소 35억원에서 수백억원을 공여한 것은 이 부회장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뇌물공여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51분쯤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최씨의 지원에 대해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았냐고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전 9시36분쯤 출석한 장 사장은 삼성이 뇌물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여전히 피해자라고 생각하는지, 관련 의혹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독대한 후 지원이 집중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에 입을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삼성그룹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지원했다. 또 최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21)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것을 포함해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해 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28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2월31일 문형표(61)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직권남용·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구속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2015년 7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고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이와 함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김재열(48)
제일기획(030000)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에 이어 이달 6일 김 사장의 상관인 임대기(61)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검팀은 정씨의 유럽 승마 전지훈련을 삼성그룹에 제안하고, 비덱의 대규모 컨설팅 계약 체결을 도운 의혹을 받고 있는 박원오(65)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도 5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66) 실장(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