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연초부터 증권사 전산장애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006800)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은 가운데 피해접수가 계속되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이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도 접속장애 등이 발생하며 고객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전산통합에 매진해 왔지만 허점이 노출되며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현재 회사 측은 “고객별로 사례가 다르고, 접수건도 많아 이와 관련된 조치를 준비 중이며, 계속해서 종합상황실을 통해 이를 파악하고 있다”며 “지점이나 고객센터 등을 통한 비상주문 등을 중심으로 피해 사례를 접수해 회사 내부규정에 맞는 피해보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전산장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2015년에 주요 증권사들의 전산장애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2015년 7월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주식거래가 약 4시간 중단된 바 있다. 고객 거래내역에 따라 추정예수금과 미수금 등의 내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상의 버그로 인해 주식주문·이체 등의 거래가 중단됐다. 회사 측은 대표이사 명의의 대고객 사과문을 홈페이지와 HTS에 게시하고, 내부규정에 따라 보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
이보다 3개월 앞선 2015년 4월에는 KB투자증권(현 KB증권)의 HTS와 MTS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거래량이 급증하며 HTS와 MTS에서 잔고 조회 서비스 등 처리가 지연됐고, 이튿날에 재차 15분 정도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KB투자증권 측은 예상치 못한 고객 이용량 증가로 발생한 일이라며 공식 사과문을 띄웠지만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선물업계에 접수된 민원·분쟁건수 중 전산장애 관련은 2014년 158건, 2015년에는 약 16배 증가한 2569건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에도 62건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분쟁이 발생했고, 지난해 연간으로는 2015년 상반기(161건)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문제는 회사별 보상체계가 저마다 다르고, 피해보상에 대체로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오롯이 고객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고객은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고객센터, 지점 전화 등 가능한 대체 주문수단을 숙지해 장애 발생 시 주문 의사를 신속히 전달해야 한다. 또 이렇게 대체 수단을 활용해 비상주문을 제기하지 못한 경우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보상받을 길도 없다.
보상기준과 규모에 만족하지 못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개별 고객이 몸집이 큰 증권사를 상대로 싸워 이길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 미래에셋대우가 공지한 전산장애발생 시 보상기준을 보면 전산시스템의 장애 시 고객센터 또는 영업점을 통한 비상주문 시 주문폭주로 인한 체결지연은 주문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당국 차원의 합리적인 피해 보상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당국은 전산사고의 성격에 따라 증권사와 고객 간에 손해배상의 문제가 생기는 민사적인 문제라 행정 쪽으로 규정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 체계상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민사체계라서 행정 쪽에서 개입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비용부담이 큰 소송으로 가기 전 분쟁조정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초부터 증권사 전산장애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증권사 전산장애 소식에 명확한 보상 기준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