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영원한 1등은 없다

입력 : 2017-01-10 오후 3:44:22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 CES 2017 주연은 단연 삼성과 LG였다.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대형 전시장에는 각 사가 자랑하는 첨단기술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가전의 꽃인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은 사물인터넷(IoT)을 근간으로 한 스마트홈으로 구동됐으며, 모바일과 로봇 등 인공지능(AI)의 미래까지 펼쳐졌다.
 
첨단기술의 향연 뒤로 두 회사는 이번 CES 행사기간 내내 불필요한 비방으로 서로의 명성에 먹칠했다.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반의 QLED TV를 내놓으며 LG전자의 OLED TV를 나란히 비교 전시해 심기를 건드렸고, LG전자는 그래봐야 LCD라며 비하했다. 2년 전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의 상처가 아물자마자 다시 서로를 불필요하게 자극했다. 
 
우리 기업들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데 치중하던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추격의 고삐를 좼다. 북미시장의 터주대감 월풀은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을 대거 전시하며 스마트홈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미국, 유럽 등 그동안 스마트 변화에 뒤쳐졌던 프리미엄 가전업체들도 사물인터넷 등 미래에 대한 준비에 돌입했다.
 
중국의 도전도 거셌다. 이번 CES에만 1300여곳이 명함을 내밀 정도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화웨이, 콩카, 하이얼, 하이센스, TCL 등은 메인 전시장인 LVCC 센트럴홀에 부스를 차려 글로벌 선두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화웨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9'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고, 스카이워스와 콩카, 창홍 등은 OLED TV를 앞세우며 진일보된 기술력을 과시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카피캣에 불과했던 그들이 어느새 기술력에서도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자리에까지 올라섰음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이번 CES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TV가 10년 동안 1등을 지켜오고 있다"고 자부했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가전에서의 1등 DNA를 전 사업에 이식할 것"이라고 역시 '1등주의'를 내세웠다. 이미 전통적인 업종 간 경계는 붕괴되고, 그 자리를 개방과 협업, 융복합이 대신 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구별이 힘든 화질의 차이를 갖고 국외에서까지 상호 비방을 일삼는 두 라이벌의 행태는 1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자, 서로에 대한 적대시다. 결국 그 상처는 삼성과 LG의 몫이 아니던가. 진정한 1등의 의미는 '함께'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말하는 시대상이다.   
 
산업1부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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