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미국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 이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까지 참석하면서 정 부회장의 광폭행보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현대차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오는 17~20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3년만에 참석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보스포럼 참석을 통해 활발한 교류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정 부회장을 비롯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조현상 효성 사장 등 재계 젊은 오너 3세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CES’에 참석해 현대·기아차의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조연설자로 나선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연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방문해 판매 확대의 고삐를 죄기 위해 직접 현지 시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세계 해외법인장 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1일 바로 해외 일정에 나서는 강행군을 펼치면서 공격적인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차세대 유력 대권 후보자로 잘 알려진 ▲쑨정차이 충칭 서기를 만난 데 이어 ▲구이저우성 천민얼 서기 ▲광둥성 후춘화 서기 등 3인방과 연이어 만남을 가진 바 있다.
후 서기와 쑨 서기는 시진핑 주석이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2012년 당 대회 때 정치국원이 되면서 차기 지도자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평가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권 승계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5년 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매각을 통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뒤 현대차 주식을 사들이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또 지난해부터 경영일선에 더욱 얼굴을 나타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정의선의 현대차’로 빠르게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의 나이가 올해로 80세로 고령인데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를 치루면서 건강도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부회장으로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데,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최근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감소, 노사문제, 미래 친환경차 기술개발 등 여전히 최고경영자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