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청약시장 양극화가 올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 11.3대책 이후 엄격해진 조건에 청약 통장을 소위 확실한 곳에만 사용하려는 수요자들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주차에 접어든 새해 청약 시장의 지역별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최고 50대 1에 가까운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을 순조롭게 성공한 곳이 있는가 하면, 과거 인기가 있던 지역이었음에도 미달 사태를 겪는 지역도 있었다. 여기에 침체를 겪었던 지역들이 새해 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며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작년 전국 최고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의 상승세는 연초에도 변함이 없었다. 부영이 부산명지국제 C블록에 공급한 '사랑으로 부영'이 올 들어 가장 높은 평균 23.5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최고 경쟁률은 49.4대 1(91㎡형)에 달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청약 시장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11.3부동산 대책의 직접 영향권을 피한데다 재건축 물량도 풍부해 올해 역시 순항이 예상된다.
'될만한 지역'에 연초 청약 물량이 몰린 서울도 공급된 모든 단지가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특히 새해 첫 강남과 강서 재건축 물량인 '방배아트자이'와 'e편한세상 염창' 등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경쟁률에도 각각 9.8대1, 6.46대 1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새해 첫 강남 재건축 물량인 방배아트자이는 전체적으로 낮아진 청약 경쟁률에도 두자릿수에 가까운 평균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방배아트자이 견본주택을 오픈한 지난 5일 방문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규제로 청약 시장 조정이 본격화 된 지난달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이 7.28대 1로 내려앉은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강동구 둔촌동에 공급된 청호 뜨레피움 퍼스트가 1.63대 1의 평균 경쟁률로 겨우 1순위 마감에 성공한 점은 청약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케 했다.
강남 4구에 이름을 올린 강동이지만 강남, 강서구에 분양된 단지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뒤쳐지며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청약시장에 두드러질 입지와 브랜드 등 개별 단지 경쟁력에 따른 명암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작년 높은 인기를 보였음에도 연초 분양시장에서 쓴맛을 본 지역도 존재했다. 부산과 함께 지방 청약 시장을 이끌었던 제주에서 공급된 '기룡비치하임'은 총 42가구 모집에 단 5가구만 접수하는데 그치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도권 대표 신도시로 꼽히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역시 새해 첫 미달단지를 배출했다. 지난 5일 1순위 청약 접수를 실시한 A99·100블록의 '동탄2 아이파크'는 6개 주택형이 모두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화성시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번에 미달이 난 단지의 경우 신도시 내에서도 입지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분양가도 높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제주와 동탄2신도시에 분양된 단지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입지가 좋지 않았던 만큼 해당 지역 올해 청약 시장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지역 내 단지별 선별적인 청약결과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전국 평균 대비 낮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인천과 전남(해남) 등에서 이뤄진 청약은 역시나 접수 미달에 그치며 침체를 이어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개별단지 경쟁력에 따라 수요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주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올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