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한화생명(088350)과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금융당국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일부 지급이라는 면피성 대책을 내놨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비슷한 유형의 제재건에 솜방망이 처벌 이력이 있어 고강도 징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외치며 보험사에게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전방위로 압박했지만 결국 당국의 자충수에 변죽만 울린 꼴이 됐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2011년 이후 신청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금융감독원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전액 지급이 아닌 전체 금액의 20%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라는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일부 지급이라는 꼼수를 부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피할지 모르지만 고객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 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심기가 더욱 불편한 이유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하기로 한 기준이 지난해 경징계 처분을 한 신한생명, 흥국생명 등의 기준을 맞췄기 때문이다. 신한생명과 흥국생명은 이미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회사들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자살보험금을 적시에 지급하지 않은 메트라이프 등 5개사에 100만∼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메트라이프 600만원, 흥국생명 600만원, 신한생명 500만원, PCA생명 300만원, 처브라이프(옛 에이스생명) 1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 제재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지급건에 대한 것으로 이들 회사들이 당국 제재 전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함에 따라 징계 수위를 낮춰줬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2011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징계를 받더라도 당국이 엄포를 놓았던 CEO 징계까지는 받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면 작년 5개 회사들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CEO징계나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금감원은 신한생명, 흥국생명과 다르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영업권 반납이나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 고강도 제재를 사전 통지하며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알리안츠생명은 백기를 들고 자살보험금 전액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꼼수로 금융당국은 시장에 령이 안서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꼴이 됐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쉬쉬하고 있지만 고강도 제재가 결정되면 행정소송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제재심의 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삼성생명(032830)의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최종 결정까지 본 후 최종 제재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수위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최종 결정은 제재심의 위원회에서 결정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