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금융감독원의 KB금융 사전조사를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표적수사'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반면,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개인비리에 대한 조사라고 말하고 있다.
◇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조사"
16일부터 23일까지 이뤄진 이번 조사는 내년 1월 예정된 종합검사에 앞서 실시하는 사전검사.
금감원은 이번 사전검사에서 KB금융지주, 국민은행 주요 부서장 컴퓨터 10여대를 압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비검사 때는 본검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구해 제출받는 게 관행"이라며 "본검사에서도 PC를 들고 가는 것은 드물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감사인력도 평상 시 3배 정도인 13명을 투입됐고 이사회 녹취록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정해진 원칙에 따라 실시하는 감사"라는 입장.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일부 사외이사들은 회장 선임을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자회사 인사권, 은행장 선임 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사외이사는 회장 후보로 추대해주는 대신 국민은행장 자리를 요구했지만 이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이사는 자회사 인사권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두 명의 사외이사는 KB금융의 차세대전산시스템 기종 선정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사외이사는 자신의 업체가 2007년부터 내년말까지 KB국민은행 컴퓨터 시스템 유지와 보수계약을 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금감원은 사외이사들이 막강한 권한을 이용, 경영진과 유착해 부적절한 거래행위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1월 종합 검사를 통해 사외이사들의 비리가 확인될 경우 계좌추적권을 발동하거나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사외이사제도는 사실상 사외이사가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 회장 후보 1명을 뽑아 이사회에 올리는 권한을 가진 9명의 회장추천위원회는 전원이 사외이사고 회장 선임을 결정하는 이사회 11명에도 사외이사 9명 전원이 포함돼 사실상 사외이사가 회장을 뽑는다. 지난번 회장 추천과정에서 이같은 '무소불위'의 권한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 강 행장, "미운털 박힌 것 아니냐?"
그러나 이같은 금감원의 조사가 '보복성'이라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친정부 측 인사가 아닌 강정원 행장을 지지해 금융당국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 감독당국이 사외이사제도 개편을 추진중이고 세 후보 중 두명이나 사퇴한만큼 회장 선출을 미뤄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KB이사회는 회장 선출을 강행해 현 강 행장을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출했었다.
강 행장과 함께 회장 후보에 올랐던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사외이사제도를 개편한 뒤에 회장을 선출하자”고 의견을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회장 선임 이틀 전 사퇴했었다.
금감원의 종합감사에도 불구 별다른 혐의 내용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표적 수사'라는 논란은 더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사외이사들이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된다면 현 사외이사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고 강정원 회장 내정자까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은행의 사외이사제도와 회장 선출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