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바쁜 한국인에게 출산은 먼 이야기

입력 : 2017-01-16 오전 6:00:00
"아기 봐줄 사람은 있어?"
 
임신한 여성 근로자가 주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친정이나 시댁 어른들이 얼마나 육아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직장 복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이 길고 긴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가 주변의 도움 없이 갓난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법에 보장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1년3개월을 다 쓴다고 해도 아이는 이제 겨우 12~13개월 남짓. 가족 중 아이를 돌볼 이가 없다면 보통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데, 이 비용도 한 달에 160만~190만원으로 일반 가정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다음 희망은 어린이집, 집 가깝고 괜찮아보이는 어린이집의 대기인원은 쉽게 줄지 않는다. 복직 날짜는 다가오는데 아이를 맡길 곳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주변의 엄마가 한 둘이 아니다.
 
이것도 그나마 휴직 후 복직이 가능한 사람들의 이야기, 회사가 육아휴직을 쓸 수 없도록 해 반강제로 퇴사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에겐 아직도 법으로 보장된 모성휴가가 당연하지 않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이 겪는 당연한 '수순'을 정부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출산지도'를 만들거나 결혼하면 한시적으로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이벤트성 정책을 만들리 없다.
 
많은 전문가가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출산정책은 '노동'과 연관짓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일본이 얻은 교훈이다. 일례로 비정규직이 증가하면 평균소득이 감소해 아이 낳기를 더 꺼리게 된다. 세종시의 출산율이 전국 1위인 것은 세종시민은 대부분 중앙부처 공무원 등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숫자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40만명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노동관련 통계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 OCED 36개국 중 한국은 연간 평균근로시간으로 3위(2113시간), 노동생산성은 꼴지에서 4위다. 일은 죽도록 많이 하면서 그만큼 국내총생산(GDP)은 오르지 않는 이유. 불필요한 야근이 '열정'으로 여겨지고, 회식 참석이 승진과 직결되는 문화와, 이런 인식을 깨지 못하는 실효성 없는 정책 때문 아닐까.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 회사 중 절반에 가까이가 이를 어기고 있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회사 최초로 난임휴가를 쓰기까지 큰 애를 먹었다는 친구들, 육아휴직을 쓰면서 승진을 포기했다는 남성 근로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수당 몇 푼으로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한국인은 너무 바쁘고 지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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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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