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잔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인력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3만명 가까운 조선업계 근로자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고, 올해 수주 잔량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는 6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근로자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기타운송장비제조업 근로자가 지난 2015년말 21만300명에서 지난해 17만9300명으로 3만1000명(14.7%)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조선업은 ‘기타운송장비제조업’으로 분류되고, 90%에 달하는 근로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최대 6만3000명의 조선업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지난 몇 년간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그 동안 수주 받은 물량이 모두 바닥나면서 인력 감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10월 1300명을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12월 입사 5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추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올해도 2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추가로 회사를 떠나야 할 판이다.
다른 조선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8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올해 4월 주주총회를 통해 6개 사업부문을 분사할 경우 회사를 떠나는 인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형 조선사의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은 하청업체 포함 협력사에게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역시 지난해 10월 기준 조선업 근로자는 15만9811명으로 2015년과 비교해 2만5560명이 줄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현대중공업 마저 지난해 11월 기준 총 5만250명(원하청 포함)으로 2015년과 비교해 24.7%(1만6520여명)가 인력 감축으로 회사를 떠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력 구조조정이 심화되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울산과 거제 등 지역경제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소비심기가 크게 위축됐고, 급격히 얼어붙은 노동시장으로 내몰린 근로자들은 자영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포화상태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려 혼신의 힘을 쏟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동반 폐점하는 자영업자가 태반이다. 여기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조선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향후 조선 업황이 회복될 경우 대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사측이 시장 전망을 못해 놓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면서 “20~30년 동안 열심히 배 만드는 일만 해왔는데, 지금 회사를 떠나라고 하면 무엇을 해야 할 지 온통 고민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높고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부족으로 선주들이 발주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서 “올해도 신규 발주는 더디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조선사들의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돼 재무구조가 취약한 조선사들 순으로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최대 6만3000명의 조선업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진/뉴시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