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혈세 851억원이 투입된 세월호 인양 작업이 별도 감리업체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태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별위원회 주최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에서 영국의 인양 컨설팅업체 TMC가 법적으로 감리업체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사이먼 버든(Simon Burthern) TMC 지부장도 자신들의 역할과 법적 책임을 묻는 질문에 “700회 이상의 컨설팅 경험이 있는 회사로 기술지원과 검토, 현장 진행상황 모니터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TMC가 세월호 인양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감리회사로 알려졌던 것과 상반된 답변이 나온 것이다.
해수부는 지난 2015년 7월 세월호 인양 업체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선정하며 작업 완료 시점을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기상조건이 맞지 않고 수중에서 세월호 뱃머리를 들어올리는 도중 선체가 부서지는 등의 사고가 겹치며 인양시점은 총 7차례 가량 연기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양 시점을 놓고 “가급적이면 4월, 늦어도 6월(장기욱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추진과장)”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해수부는 당초 지난해 12월까지였던 상하이샐비지와의 세월호 인양 용역계약을 올해 6월 말까지로 연장해놓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작업공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의무를 지닌 감리업체의 부재가 공정 연기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시공사의 시공이 잘 됐는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확인·체크하는 감리업체가 필요한데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태 인양추진단 부단장은 “(TMC가) 감리 역할 비슷한 것을 하는 것은 맞다”며 “매일매일 현장에서 체크하고 있고 해수부에 보고하면 우리가 승인해준 내용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수부가 상하이샐비지에 제공한 데이터가 부정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앙 옌(Jiang Yan) 상하이샐비지 부국장(부사장)은 지금까지의 작업공정을 설명하던 중 “인양을 하기 위해서는 선체 내 남아있는 기름을 해소해야 한다”며 “입찰 시 해수부를 통해 받은 정보에는 기름이 대부분 오일탱크 안에 있을 것으로 이해했지만 화물칸 C·D구역에도 기름이 있어 시간이 한 달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배 뒷부분(선미)에 선체들 들어올리는 리프팅빔 설치를 위한 퇴적층 굴착 과정도 5달 가량 소요되며 당초 예정(15~30일)을 훌쩍 넘긴데도 해수부가 부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침몰 후 인양업체를 선정하는데 1년 넘게 걸렸음에도 그 사이에 인양 데이터 수집과 같은 기초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들렸다”며 “해수부가 제대로된 데이터를 제시했다면 다른 적합한 업체가 선정되고 시간도 적게 걸렸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남은 공정만이라도 속도를 내 예정된 스케줄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영길 의원은 “4월에 조기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는 가운데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러 세월호 인양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불신과 의구심이 있다”며 “철저히 미수습자 가족 입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인양해야 한다. 기상조건 외의 다른 정치적인 고려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손혜원 의원도 “당초 지난해 7월에 세월호를 인양한다고 했다가 다시 9월로, 연내로 미뤄지다가 별다른 설명 없이 해를 넘긴 것으로 안다”며 “작업이 지연되는데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어 세월호 가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말로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세월호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1일 세월호 인양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는 것을 명시하는 내용의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앞줄 가운데)와 전해철 의원(왼쪽 첫번째), 세월호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