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부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024110)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해당 기관 노동조합이 관치금융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기타공공기관인 산은과 기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은과 기은은 지난 2012년 민영화를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가, 민영화 추진이 무산되면서 2014년 1월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들 은행을 금융위원회 감독 아래에만 두는 것보다는, 기재부 경영평가 대상인 공기업으로 올려 관리·감독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비롯한 조선·해운 관련 부실을 겪은 데다, 올해도 기업구조조정이 잇따를 전망이라 공기업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산은과 기은의 자회사인 KDB인프라자산운용, IBK캐피탈, IBK투자증권도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과 기은 노조는 공기업 전환 움직임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의 간섭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은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관치금융을 오히려 강화시키려는 시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경영이 필수"라며 "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한 연구와 검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됐는데 정부가 오히려 나서서 퇴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산은 노조도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면 경쟁국들과 통상마찰을 불사하고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관련 금융지원은 통상마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재부에 보고·협의한 뒤 승인을 받느라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재부 측이 공기업 지정의 배경으로 지목한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서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이후 서별관회의를 통한 관치 압박으로 수조원의 혈세를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하고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기타공공기관인 산은과 기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