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벤처업계 전문가들이 정부의 창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투자 대상 기업 선정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업의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만이 해법이라며 정책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도 짙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18일 "투자를 하는데 있어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히 창업 후 초기 자본이 떨어지는 2~5년 사이 기업들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투자가 이뤄진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정부가 엔젤투자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투자 후 회수하려면 기업이 상장을 하거나 M&A가 돼야 하는데 여기까지 짧게 5~6년, 길게 10년 이상 걸린다"며 "이 기간에 정부가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이 회수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온라인 창업 플랫폼 창조경제타운을 경험한 한 창업가는 지원기업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 창업가는 "같은 기술력이 평가방법에 따라 1등을 하기도 하고 최하점을 받기도 한다"며 "심사를 하는데 있어 일정한 기준을 적용해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펀드를 조성해 많은 금액을 투입해도 각종 행사비와 운영비 등을 빼고 정작 창업가에게 가는 돈은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비용의 누수도 최대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서울 역삼동 서울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에서 참가자가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술 창업이라고 해도 초기 자본이 떨어지는 2~5년 사이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현실 속에서 오직 창업만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모바일 스타트업 관계자는 "모바일 등 기술력을 갖춘 창업도 10곳 중 1곳이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생계형 일반 자영업이 실패할 확률은 더 높은 상황에서 창업만을 강요하기보다 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자영업자는 557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7000명 늘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벤처펀드 3조5000억원 조성을 골자로 한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