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부동산 펀드가 새로운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주택시장이 각종 규제로 인해 주춤해진 사이 높은 수익률을 찾아 부동산 펀드로 몰리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대출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반면 예금금리는 1%대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펀드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은 47조1625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조원 규모에서 10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부동산 펀드는 호텔·오피스 등 건물의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이다. 부동산의 경우 주식이나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가격 등락폭이 적어 안정적인 상품으로 분류된다.
수익률도 일반적인 수익형 부동산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보다 안정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사모형 부동산 펀드는 580여개로 수익률은 5~6%대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연간 수익률이 5%대이고,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1%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금리인상과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주택 등의 매매 차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수익형 부동산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 확보로 전환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건물 관리 등 직접 투자에 따른 부담을 전문 관리 업체가 대행해 개인이 건물을 매입해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책 안정성도 우수한 편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청약시장 붐으로 인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부동산 규제가 대폭 강화된 현재 시점에서는 투자자들의 구미가 당기는 상품인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부동산 펀드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2.6%로 미미했지만 지난해 11월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청약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투자처를 잃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적은 돈으로 펀드에 참여할 수 있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공모형 펀드는 사모형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가입과 해지가 자유롭고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사모형은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공모형은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는 비중이 높다.
공모형 부동산 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품 출시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공모형 부동산 투자 상품은 3건으로, 총 규모는 30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이들 상품의 기초 자산들은 모두 삼성물산(판교 알파리움타워), NASA(미국 워싱턴 나사빌딩), 이랜드 계열사 판매시설 등 임차기간이 길고 규모가 큰 임차인을 확보하고 있어 공모 상품 출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모형 부동산 상품의 출시는 정부, 운용업계,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의 니즈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금리가 장기화 되고 고령화로 인한 은퇴자금 마련 수요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욕구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금리인상과 부동산 규제 강화로 부동산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도심의 빌딩 숲.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