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자영업자들 생존 절벽에 몰려

불경기에 주요 재료값 줄줄이 급등…"가게 문 열기가 겁난다"

입력 : 2017-01-2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가뜩이나 손님도 줄었는데 재료값이 줄줄이 올라 가게 문 열기가 겁날 정도입니다. 경기가 좋을때야 대수롭지 않게 넘기겠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까?"
 
서울 종로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곽모씨는 재료값이 급등하면서 시름이 깊어졌다. 어지러운 시국에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나마 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팔아도 남는게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매출하락으로 임대료마저 감당하지 못해 대출로 연명하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와 AI 여파에 시달린데 이어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의 된서리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식업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헬조선'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AI 여파에 따른 '계란 대란'에 이어 필수 식재료마저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며 영세상인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선 이달 초 업소용 식용유 가격이 7~9% 인상됐다. 여기에 마요네즈 가격도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마요네즈 역시 식용유와 마찬가지로 B2B 제품들에 한해 10% 내외 수준으로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명동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그동안 업소용 식용유 18ℓ 한 통을 3만4000원 선에서 공급 받았지만 가격 인상 이후로는 3만8000원선에서 공급받고 있다. 김씨는 "AI 영향으로 한 달 매출의 3분의 1 가까이 빠졌는데 식용유 가격까지 올라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치킨값을 올리면 그나마 있는 발길마저 끊길까봐 엄두도 못낸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하루에 식용유 2통 정도를 사용하는데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며 "계란과 식용유를 포함해 주류나 다른 식자재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문을 닫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액은 464조5천여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영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보험제도의 적용 확대 등 지원책이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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