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원외처방액은 11조6546억원으로 전년(10조5832억원)비 10% 증가했다. 원외처방이란 환자가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외부 약국에서 조제를 받는 것을 말한다. 유비스트 데이터는 전국의 약국 원외처방액을 수집해 분석·가공한 통계자료다.
2010년에는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화이자가 시장 상위권을 달렸다. 이후 복제약의 약가를 절반으로 깎는 일괄 약가인하와 영업 환경을 위축시킨 리베이트 정책이 실시되면서 제약업계 순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종근당이 1위에 올랐다. 종근당의 처방액은 4813억원으로 전년비 17% 증가했다. 종근당의 선전은 주력 제품의 고른 성장과 대형 외산약 도입 효과 덕분이다.
지난해 도입한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이 첫해에 302억원을 기록했다. 글리아티린은 대웅제약이 국내서 수년간 팔아온 치료제로 지난해 종근당이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로부터 판권을 이전받았다. 100억원대 이상 팔리는 고지혈증치료제 '리피로우(460억원), 고혈압복합제 '텔미누보(283억원), 당뇨치료제 '듀비에(164억원)',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에스알(124억원)' 등이 전년비 10% 이상씩 성장했다.
전문의약품 순위 2위는
한미약품(128940)이 올랐다. 한미약품의 지난 처방액은 4558억원 전년비 15% 성장했다.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235억원)',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로벨리토(199억원)', 진통소염복합제 '낙소졸(121억원)' 등 개량신약과 복합제 신제품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줄곧 전문의약품 순위 1위를 달리던 대웅제약은 6위로 하락했다. 대웅제약의 처방액은 3448억원으로 전년비 6% 감소했다. 경쟁 제품의 등장과 주력 제품의 노후화로 성장률이 둔화됐다. 자회사인 대웅바이오로 주력 제품의 판매를 넘겨 처방액이 분산된 것도 요인이다.
유한양행(000100)(3665억원)이 5위, 동아에스티(3026억원)가 8위로 뒤를 이었다. 글로벌 제약사는 화이자(4406억원)가 3위, MSD(3112억원)가 4위, 노바티스(3364억원)가 7위, 아스트라제네카(2895억원) 9위, 베링거인겔하임(2877억원)이 10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지난해 전문의약품 시장 판도가 외산약 판권 이동에 좌우됐다고 보고 있다. 판권 이동에 따라 매출이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도입해 공동판매하는 전략은 제약업계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국내사는 글로벌사의 대형 신약을 들여와 단숨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시장성이 입증된 약물이어서 시장성이 높다. 글로벌사는 국내사의 영업망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 투입 없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매출 상승 효과가 크자 국내사들은 외산약 유치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상위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를 체결해 대부분 외산약을 판매하고 있다. 매출의 30% 정도는 도입약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판권회수 시에는 단숨에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난점이다. 실제 MSD의 총 3000억원 규모의 치료제가 지난해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당뇨병치료제인 '자누비아'와 '자누메트', 고지혈증치료제인 '바이토린'과 '아토젯' 등 총 7개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제약사 순위는 도입약물 판권 이동에 영향을 받았다"며 "도입약물은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제약산업의 생태가 연구개발에서 단순 영업대행으로 체질이 악화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종근당이 지난해 MSD와 7개 품목에 대한 공동판매 제휴를 체결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우측)와 현동욱 한국MSD 전 대표가 체결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종근당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