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향후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수수료를 인하하고 가입 대상도 확대했지만 급격하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세입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집 주인의 협조와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에 새로 가입한 가구는 3만4285가구로 1년 전에 비해 9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환 보증액도 2015년 7220억원에서 지난해 4조6463억원으로 약 6배나 늘었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돌파하고 용인·고양·파주·수원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서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이를 막기 위해 HUG와 서울보증보험에서는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일부터 2개월 내에 보증금을 즉시 반환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올 하반기 입주대란에 따른 시장침체 전망이 제기되면서 HUG는 2월부터 보험 수수료를 인하하고 가입 대상도 일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기준 보험 수수료는 기존 연 0.15%에서 연 0.128%로 낮아졌다. 전세금이 4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연간 보험 수수료가 60만원에서 51만2000원으로 8만8000원 가량 낮아지게 됐다.
가입 대상도 기존 서울·수도권 4억원, 지방 3억원 이하에서 서울·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으로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가입이 어려웠던 기타 주택(단독·다세대주택·오피스텔 등)의 원활한 보증가입을 위해 담보인정제도를 개선하고 보험 수수료도 아파트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보험의 존재를 모르는 세입자가 많은 데다 집주인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 가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1년 사이 가입자 수가 급증했지만 전체 전세 세입자 가구와 비교하면 가입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반기는 집주인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매입 과정에서 업·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불법 거래가 있는 경우 이를 감추기 위해 동의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세를 내놓기도 한다.
아울러 집주인의 주택대출이 60% 이상 있거나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전세금을 더해 집값을 넘으면 가입 자체가 안 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세금이 세입자들의 실질적인 전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금이 보통 억 단위인데 이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안전장치는 확정일자를 받는 것 외에는 없다"며 "임대차 계약 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보험 수수료를 일부 보조하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의 보험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올해 금융개혁 추진과제 브리핑에서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는 '무제한 전세보증보험'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 전단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