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식서 '보호무역' 노골화…한·미FTA,발등에 불

현대연, FTA 폐기 시 130억달러 손실…미·중 무역갈등 시 한국에 불똥 우려도

입력 : 2017-01-22 오후 4:52:33
[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노믹스가 실현될 경우 한국의 수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미국 내 인프라 투자를 언급했다. 이어 꾸준히 주장해왔던 아메리카 퍼스트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미국이 다른 나라에 부와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 기업의 희생으로 외국 기업이 배를 채웠고, 미국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됐으며, 공장은 미국을 떠났다"고 말했고, 이번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도 '아메리카' 였다.
 
한·미 FTA는 정말 안전한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실패한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주도해 진행해오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미국의 앞날에 재앙이 될 TPP에서 즉시 탈퇴하고, 각국과 공정한 양자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강조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의 일자지를 빼앗아갔고,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FTA와 경제협정의 재구성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고,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20개국과 FTA 협정을 발효 중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가장 많은 손해를 입은 협상은 NAFTA로 누적 적자가 22조573억달러에 이른다.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적자가 1550억달러, 그 뒤를 이어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1143억달러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15년 미국의 적자 규모는 283억달러로 2012년 FTA 발효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무역적자의 확대가 트럼프의 FTA 재협상 의지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폐기돼 관세 수준이 FTA 발효 이전으로 돌아갈 경우 2020년까지 대미 수출은 130억1000만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고용 감소도 12만7000명에 따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지난해 기준으로 산정하면 18억7000만달러 규모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재협상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한·미 FTA가 양국에 모두 수출 증가를 가져왔고, 양국은 이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열린 한·미 FTA 제4차 공동위원회에서도 "양국 간 경제협력의 기본 틀인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발표했다.
 
보호무역 강화는 수출 타격으로 연결
 
하지만 직접적인 FTA 재협상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국제 통화기금(IMF)의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라며 "그 동안 세계 각국이 추진했던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은 위생 및 검역(SPS), 기술장벽(TBT) 조치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호무역 조치를 확대하고 있으며, 전체 미국 보호무역조치 건수 중 80% 이상이 중국과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건수는 지난 1992~1999년 사이 770건에서 지난 2008~2016년 사이 3233건으로 4.2배가 늘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고,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경세가 시행될 경우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국에 대한 비관세 장벽 강화, 한·미 FTA 폐기 및 재협상의 조치가 취해질 경우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를 인상시킬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 악화로 인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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